“포스터에서 ‘3D’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사라지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겁니다.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그저 노스탤지어 때문에 ‘플랫(flat)한 영화’를 보러 가게 되겠지요. 요즘 우리가 TV로 옛날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3D영화 만들기>(2009)의 저자 버나드 멘디부루의 말입니다.
이 예언 앞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엄청난 내기 돈을 거는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내 거대 극장 체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2월25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6억6천만달러짜리 프로젝트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미국 내 3대 거대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 시네마크 홀딩스, 리걸엔터테인먼트 그룹은 미국 전역 4만여개의 ‘셀룰로이드’ 스크린 상당수를 3D영화 상영이 가능한 버전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중 7600개만이 디지털 상영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원래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초 실행될 뻔했으나 당시 불어닥친 경제 불황 때문에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2009년 하반기에서야 J. P. 모건 지주회사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죠. 2013년 무렵엔 전국 1만4천여개의 스크린에서 3D영화 상영이 가능해질 겁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3D 스크린으로 죄다 바뀐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모든 영화들이 3D로 만들어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극장으로서는 1년에 50편도 채 되지 않는 3D 최신작만 기다리면서 스크린을 비워둘 수는 없겠죠. J. P. 모건 주식회사의 앤디 스리우바스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주중에 필요한 보조적인 프로그래밍을 연구해야 합니다. 화요일 밤엔 U2 콘서트 중계방송이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5달러로 볼 수 있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죠”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뉴요커>에서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옛날 2D’ 영화의 3D 변환까지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 혹은 <카사블랑카> 등을 말이죠! <뉴요커>는 말미에 쓰디쓴 어조로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옛날보다 ‘더 성난’ 사람들을 보게 될까? 대체 그게 어떤 모양새로 보일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