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마흔을 앞둔 루이즈(로라 리니)의 삶은 평안하지만 공허하다. 컬럼비아대학의 교직원인 그녀는 아름답고 현명하게 늙어가는 여성의 전형이나 남편과는 이혼했고 외로움을 느끼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루이즈에게 F. 스캇(토퍼 그레이스)이란 청년의 대학원 지원서가 배달된다. 차사고로 요절한 첫사랑 남자친구와 이름이 같을뿐더러 외모, 사고방식조차 닮은 스캇에게 루이즈는 첫눈에 반한다.
영화의 첫 장면. 카메라는 루이즈가 화장하는 과정을 꼼꼼히 훑는다. 잡티를 감추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장밋빛 볼터치를 해주어야만 비로소 여자가 되는 서른아홉. 잔치는 이미 끝났고 열정도 희미해진 루이즈의 위태로운 심리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그녀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건 첫사랑을 닮은 20대 청년 스캇이다. 돌연사한 첫사랑 스캇과 이름도 같고 전공도 같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버릇도 빼닮은 연하남 스캇을 통해 루이즈는 열정과 청춘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힌다.
권태로운 중년의 주인공과 첫사랑을 닮은 미지의 이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P.S 온리 유>는 한국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사랑’에 방점을 찍으며 모호한 결말을 맺은 <번지점프를 하다>와 달리 이 영화는 중년을 맞은 한 여성의 ‘심리’에 집중하려 한다. 어린 연인과의 로맨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로맨스에 이루지 못한 욕망을 투영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루이즈의 욕망을 좌절시킨 인물들 섹스중독자 남편이나 첫사랑을 가로챈 베스트 프렌드 이 주인공만큼이나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로맨스, 결혼 생활, 우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에피소드들이 효과적으로 기능했는지는 의문이다. 극의 흥미를 유발하는 듯하던 스캇의 정체는 맥없이 드러나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구심점이 없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이처럼 엉성한 골격 탓에 설렘과 고통, 분노의 얼굴을 필요한 순간에 드러내보일 줄 아는 로라 리니의 호연도 이 영화를 지탱해주지는 못한다. 반가운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토퍼 그레이스의 발견이다. <70년대 쇼>와 <인 굿 컴퍼니> 등에서 유약한 소년-청년의 전형을 연기했던 그는 <P.S 온리 유>에서 비로소 어른 남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멜로 연기를 기대해볼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