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gus Witch Project 감독 스티브 에이지 등 출연 폴리 쇼어, 스티브 에이지, 마이클 이안 블랙 장르 코미디(아이비젼)
선댄스에서 첫선을 보인 <블레어 윗치>는 일종의 ‘컨셉 무비’였다. 숲 속에 살고 있다는 마녀를 찾아간 ‘가짜 다큐멘터리’. 사실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화면은 쉴새없이 흔들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조악해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정말로 그들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편은 마지막까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게다가 아티잔의 효과적인 인터넷 홍보는 자발적인 팬들의 참여로 ‘블레어 윗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블레어 윗치2>는 이미 거짓임을 뻔히 알고 있기에, 같은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블레어 윗치 패러디>는 <블레어 윗치>를 패러디한 싸구려영화다. 방법은 간단하다. <블레어 윗치>처럼 카메라를 두어개 쥐어주고, 배우 3명에게 마음대로 찍으라고 한다. 길가다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지도를 잃어버리고, 캠핑을 하며 싸움박질을 하고, 카메라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용서를 구한다. <블레어 윗치>의 구조와 장면을 다루면서, 제멋대로 뒤집어버린다. 그렇게 해서 <왓츠 비치 프로젝트> <블레어 언더우드 프로젝트> <그리피스 파크 위치 프로젝트> 등의 단편영화를 찍고, 사이사이에 MTV에서 보는 것 같은 짧은 영상을 끼워넣어 한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85분을 달려가는 <블레어 윗치 패러디>는 재기 발랄하게 시작하지만(특히 LA의 빈민가에서 ‘bitch’를 찾는 <왓츠 비치 프로젝트>) 점차 지루해진다. 한두번의 패러디는 재미있지만, 비슷한 형식이 반복되면 역겨워진다.(<무서운 영화2>가 그랬듯이) 오히려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홈비디오’, 사람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스크림>에 나온 음성변조기 등을 파는 홈쇼핑 광고 등 엽기 공포에 어울리는 작은 영상들이 익살스럽다.
어떻게 보더라도 <블레어 윗치 패러디>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블레어 윗치>의 패러디라는 이유만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단편을 어거지로 끼워팔기를 감행한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제작비가 정말 싸게 들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원시 틴에이저> 등에 나왔던 약간 이름있는 코미디 배우 폴리 쇼어는 겨우 10분 정도만 얼굴을 비친다. 그게 B급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는 그런 공식을 철저하게 준수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