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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show] 딱 한번, 댓글 보고 다시 썼어요
진행 조민준(한겨레 esc 기자) 사진 오계옥 2010-02-15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소설가 신경숙을 만나다

1994년, 영화제작을 꿈꾸던 마케터 심재명은 소설 <깊은 슬픔>과 함께 신경숙 작가를 찾았다. 그녀의 첫 영화를 각색작으로 결정하고 원저자의 허락을 얻기 위해서였다. 신 작가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비즈니스 문제에 부딪혀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했다. 동명의 영화는 다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졌고, 절치부심한 심재명 대표는 2년 뒤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첫 영화 <코르셋>을 발표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고고지성(呱呱之聲)이었다.

이후 약 서른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작자로 자리매김한 심재명 대표가 그로부터 16년 만에 다시 신경숙 작가를 찾았다. 그 사이 두 사람만큼이나 한국의 문단도, 영화계도 숱한 변화를 거쳤다. 이번에는 독자와 작가로서의 만남. 심 대표는 지난해 서점가의 신드롬이었던 신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뒤 ‘이전의 인생과 이후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혹시 <아바타> 보셨나요?

신경숙: 봤어요. 충격이었죠. 서사가 충격이었다는 게 아니라, 그 3D 화면의 움직임을 보는데 ‘이제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시기에 <위대한 침묵>도 봤거든요. 두 영화 다 압도적이었지만 <위대한 침묵> 때는 들지 않았던 두려움을 <아바타>를 보면서 느꼈어요. ‘글이라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고요.

심재명: 의외네요. 글은 그 자체로 입체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건데. 저처럼 영화하는 사람은 정말 걱정되지만 글쓰는 분은 안 그러실 줄 알았거든요.

신경숙: 제가 재미있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 게 흠이에요. (웃음) 영화를 보면서 사로잡혀버리는 순간들, 다른 생각들을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순간들을 만나면 ‘우리는 과연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런 순간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천천히, 더 느리게, 더 섬세하게, 더 깊이 가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요.

심재명: 분명히 새로운 시각적 체험이었지만 저는 보면서 셀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림체도 심플하고 컬러도 의도적으로 단조롭게 간 작품인데 내용이 참 놀라웠거든요. 아기가 북극곰에게 납치되어서 함께 생활하다가 다시 부모에게 돌아오는데 얘가 인간세계에 적응을 못해요. 그래서 부모는 아기를 다시 곰에게 보내고, 얘는 결국 곰이 되는 거죠. 정말 충격적인 결말이었거든요. <아바타>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도 그 영화를 떠올렸어요. 물론 3D라는 형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시도하겠죠. 하지만 이북(e-book)이 나와도 종이책은 여전히 출판되고, 온라인 매체가 쏟아져나와도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신문을 읽는 것처럼, 영화 역시 고전적인 2D영화들이 공존할 것 같아요.

신경숙: 이 새로운 흐름에도 금방 적응되겠죠. 그러고보면 요즘 들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심재명: 그러게요. 사는 게 점점 벅차네요. 아이폰도 알아야지, <아바타>도 봐야지….

신 작가님께서는 최근에 첫 온라인 소설 연재(<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알라딘 연재)를 마치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온라인 포맷에 맞춰 다른 문체를 고민하셨다든가.

신경숙: 저는 그냥 제 스타일대로 썼어요. 사실 원고도 제가 직접 올리는 게 아니라 편집자에게 한꺼번에 보내주면 나눠서 올리는 식이었거든요. 그래서 연재 과정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다만 올라간 내용을 확인하러 가보면 무수하게 댓글들이 달리는데, 하나하나 읽다보니 보이지 않는 독자들에게 애정이 막 생기더라고요. 글들을 너무 잘 쓰는 거예요. 물론 제가 연재했던 공간이 포털사이트가 아닌데다 제 책을 계속 읽어왔던 분들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악성 댓글의 폐해에 대한 숱한 이야기들과 관계없이, 아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고 그 에너지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특한 경험이었죠.

심재명: 작품을 쓰실 때 독자들의 댓글에 영향을 받으시진 않았나요?

신경숙: 한번 있었어요. 어느 날 댓글을 보는데, 그전까지 진행된 사건을 보고 독자들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이야기에 동화된 거죠. 그렇게 상처받는 모습들을 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미 올라가기로 되어 있는 원고를 다시 받은 다음 순화해서 올린 경우가 딱 한번 있어요. 책으로 출간할 때는 원래의 원고대로 낼 거예요. 아마도 그게 피드백이겠죠. 독자와의 호흡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앞으로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온라인 연재는 다시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심재명: 그래도 최근에 다시 순수문학이 주목받고 사람들도 많이 읽고 해서 반가우시겠어요. 마지막으로 신 작가님 뵀을 때 “문인들도 만나면 영화 이야기만 한다”고 하셨는데. (웃음) 오히려 지금 영화쪽은 거품도 빠지고, 위기도 있었고, 좀 정체되어 있는 편이에요. 작품은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데, 한국영화들이 유난히 주목받던 때에 비해서는 변화가 많아요. 젊은 관객은 한국영화라고 해서 유독 열심히 보거나 주목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최근에 소설쪽은 독자 수도 늘어나는 것 같아서…. 작가님께서는 문단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신경숙: 사실 문학은 지금도 어려워요. <엄마를 부탁해> 같은 경우는 좀 특수하고요. 다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문학이 힘을 잃는 시대가 되지 않겠냐는 염려도 있었는데, 온라인 연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더이상 인터넷이 젊은 계층의 소통 도구만은 아니다’라는 거였어요. 과거 책만을 읽던 사람들도 모두 인터넷을 하고, 그중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학작품을 원하는 이들도 늘어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우리보다 더욱 자유롭고 젊은 작가들이 등장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있기도 하고요. 자기 취향에 맞춰 읽을 수 있는 작가들이 많이 탄생했달까요. 그런 가능성들이 새롭게 생겨난 거죠. 젊고 재기발랄한 작가들에게 그들만의 두터운 독자층이 탄생하길 바라요.

심재명: 요즘 젊은 작가들은 참 밝더라고요. 감독들도 그렇고요.

신경숙: 젊은 남자 작가들을 보면 아내를 끔찍이 사랑해요. 우리 선배 작가들은 집을 전혀 돌보지 않았잖아요. (웃음) 옛날과는 달라요. 작가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혼자 있는 그 시간에 최상의 친구가 있으면 좋죠. 저에게는 그게 라디오였던 것 같은데. 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은 개성들도 확실하고, 자기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아요. 좋은 모습이에요.

심재명: 영화쪽도 70년대 이후에 태어난 감독들은 정말 밝고 재미있어요. 선배 영화인들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에서 자유롭다고 할까요. 그런 성향들이 영화에도 반영되어 있고요. 그런 만큼 영화들이 다소 가벼워지고 상업적으로 바뀌어가는 측면도 있죠.

지난해 한국 문학을 돌아볼 때 단 한권의 책은 역시 <엄마를 부탁해>였습니다. 1월29일부터 연극으로도 상연되고 있는데요. 원작자로서 여러 가지 기분이 드셨을 것 같아요.

신경숙: 실감이 확실히 오더군요. 제가 본 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허설이었는데, 제가 썼던 장면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숨결을 통해서 펼쳐지니까 원작자로서 객관화가 안되는 거예요. 여러 번 고개를 숙이면서 봤죠. 챕터별로 시점이 달라지는 소설이라 연극은 어떤 형식으로 갈지 되게 궁금했거든요. 사실 <엄마를 부탁해>는 연극 무대를 많이 떠올리며 쓴 작품이었어요. 물론 저는 그쪽 전문가가 아니니까 간단하게 생각했죠. 무대가 있고,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설정이 주어진 다음 딸, 아들, 남편이 나와서 엄마와의 관계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이야기한다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각색된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거기서 각자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형태더라고요. 새롭게 재창조된 모습이랄까요. 어쨌든 일단 각색을 허락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보는 게 맞죠. 그게 아니라면 애초 허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리허설 때는 배우들이랑 연출자랑 나란히 앉아서 봤는데, 그분들은 또 얼마나 가시방석이었겠어요. (웃음)

심재명: 저희 회사는 지금까지 약 서른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원작을 각색한 영화는 단 두편밖에 없어요. <공동경비구역 JSA>와 지금 제작 중인 장편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드는 건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우니까요. 원작보다 못한 영화나 드라마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자가발전하는 게 낫다는 쪽이에요. (웃음) 그리고 좋은 텍스트를 보면 그 작품에 대한 경외감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니까 자유롭게 영화화하기가 힘들어요.

신경숙: 오히려 상상력을 제어하는군요.

심재명: 네, 그래서 <엄마를 부탁해>도 감히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안 하고 있는데요. 추리적인 기법이 이 소설의 대중적인 흡인력에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고요. 요즘 뒤늦게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잖아요. 그렇게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거나 미스터리적인 기법을 차용하는 구성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신경숙: 애초부터 추리적인 구성을 생각한 건 아니에요. 우연히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찾아오고 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연극 무대의 형식이 떠올랐죠. 그러고나니 엄마를 등장시키지 않은 채 엄마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엄마를 이야기하면서 실제의 엄마를 완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딸이 알고 있는 엄마, 아들이 알고 있는 엄마, 아버지가 알고 있는 엄마를 각자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추리적 기법이 자연스럽게 찾아온 거예요. 오히려 저는 정통 문학의 방법론으로 소설을 썼고, 그런 장치들이 강하게 역할하리라고는 저도 몰랐어요. 오히려 그런 장치들 때문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라든지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재명: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서는 엄마가 살아계신 사람과 돌아가신 사람의 감상이 좀 다를 텐데, 저에게는 위로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가졌던 개인적인 바람은 ‘엄마가 몇달 뒤에라도 돌아오시면 안될까?’라는 거였어요.

신경숙: 사실 이 소설에서 엄마를 찾느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에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읽으면서 자신과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은 가지게 되었을 것 같아요.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났다고 알고 지내는 게 우리인 것 같아서 엄마를 인간으로 대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모성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이 책을 비판하는 언론의 지적에는 좀 서운하기도 했어요.

심재명: 작가님 어머니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신경숙: 어머니께서는 아마 안 읽으시고 말씀만 들으셨을 거예요. 저에게도 “네가 잘 썼다고 하더라”고만 하셨어요. 성당 다니시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한테서 제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나 보더라고요. 원래 책을 잘 읽지 않으세요. 편히 주무시고 싶어 하실 때 제가 곁에서 읽어드렸죠. (웃음) ‘우리 어머니가 안 주무시고 귀를 쫑긋 세우실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신 작가님께서는 영화도 무척 많이 보시는 만큼 혹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시거나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겠노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신경숙: 영화 시나리오를 써볼까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소설 쓰는 것도 저한테는 벅차서요. (웃음) 하지만 나중에 희곡은 한번 써보고 싶어요. 제가 원체 느려서 여러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되거든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해요. 희곡은 혼자서 쓰고 나중에 연극을 만든 이들에게 맡기면 되지만 시나리오는 집필 과정도 다르잖아요. 제가 이 세상에 없어도 끝없이 재해석되는 연극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실현될지는 몰라요. 작품이 좋아야 하니까. (웃음)

심재명: 희곡 쓰실 그날이 기다려지는데요.

신경숙: 제 성격이 워낙 소심하거든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연극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내 속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답답하다고 느꼈을 때, 연극 무대에 한번 서보면 그것을 해결해낼 수 있는 담대함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심재명: 배우로요?

신경숙: 배우까지는 아니었고요. 어쨌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중심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심재명: 예전에 <씨네21>에서 양조위의 인터뷰를 봤는데, ‘내가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자폐아가 되었을 거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자신은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인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그걸 잊고 몰입하면서 내면의 문제를 치유하고 극복한다고요. 저는 영화배우들을 많이 접하는 직업이잖아요.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내성적인 배우들이 연기를 훨씬 잘해요. 다른 표현이지만 작가님을 일컬어 ‘내성문학의 대표주자’라는 말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자기 안으로 들어가고 파헤치는 과정이 배우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것 같아요.

신경숙: 너무 이해되는 말이에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소설을 쓰지 않았으면 아마 인간 구실도 못했을 거라고. 문학도 카메라와 마찬가지의 기능을 해요. 정서적인 균형을 이루어준다고 할까요.

심재명: 영화제작은 숱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저도 그 일이 매번 힘들어요. 사실 제가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건 좋은데, 나의 생각을 감독에게나 스탭에게 설득하고 관철시키는 능력이 달려서 되게 벅차요. 영화 제작이 시작되면 재미있다는 생각보다 고통의 과정으로 들어간다는 기분이 들고요. 다만 문학도 그렇지만 영화도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물이 썩을 수가 없어요. 자기네들끼리 싸우거나 정치하는 매체가 아니니까 학력, 지연, 혈연 관계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도 해요. 한국을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님도 학벌로 대가의 반열에 오르신 게 아니잖아요. 영화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자유롭고 진보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여성으로서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사회의 다른 조직에 비해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신경숙: 심재명이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질 무렵 정말 신선했잖아요. 영화제작자로서, 여성으로서, 아름답고, 파워풀한 느낌이었죠. 너무 반가웠어요.

심재명: <엄마를 부탁해>는 영화화 제안을 많이 받으셨겠어요.

신경숙: 여러 곳에서 받았어요. 드라마 제안도 있었고요. 일단은 다 보류해둔 상태예요. 저에게도 해외 에이전시가 생겨서 영어권 출간쪽을 먼저 신경쓰려고 해요.

심재명: 이렇게 많은 나라에 팔린 소설은 <엄마가 부탁해>가 처음이죠?

신경숙: 네. 신기한 건 영문으로 한 50페이지만 번역해서 해외 출판사에 보냈는데, 외국 편집자들이 보내오는 편지 내용들을 보면 그 반응이 한국 독자들과 거의 다르지 않아요. 그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심재명: 그럼 영화화는 해외 진출 이후에 고민하시겠네요.

신경숙: 네, 현재로서는 급하지도 않고…, 사실은 자신이 좀 없기도 해요. (웃음)

심재명(1964년생) 서울 태생. 1993년 영화 기획·마케팅 회사 ‘명기획’ 설립. 1995년 회사 이름을 ‘명필름’으로 바꾸고 <코르셋>(1996)을 필두로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후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2002), <바람난 가족>(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파주>(2009) 등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2010년 2월 현재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신경숙(1963년생) 전라북도 정읍 태생으로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겨울우화>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 1993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풍금이 있던 자리>로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깊은 슬픔>(1994년), <외딴방>(1995년), <기차는 7시에 떠나네>(1999년), <바이올렛>(2001년), <종소리>(2003년), <리진>(2007년), <엄마를 부탁해>(2009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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