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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세상 밖으로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0-02-08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역의 강동원

강동원, 사람 됐네.” <의형제>의 시사회장을 나서며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됐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단순히 도사(<전우치>)가 간첩(<의형제>의 송지원)이 됐다는 뜻에서 꺼낸 말은 아닌 듯하다. 알쏭달쏭한 말만 남기고 스쳐 지나간 그 누군가를 대신해 뜻을 풀어보자면 이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강동원이, 스크린 밖으로 걸어나와 현실 속으로 들어갔다고.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송지원은 남파된 북한 엘리트 첩보원이다. 그는 적에겐 냉철하나 동료에겐 신의를 지키고 약자에겐 인간적이다. 차가운 머리에 따뜻한 가슴을 가진 첩보원. 어느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 캐릭터는 강동원이 거쳐온 인물들과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다. 이제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건 강렬하고 ‘엣지’있는 캐릭터들이었다. 강동원 특유의 외모와 신비감을 부각하거나(<늑대의 유혹> <형사 Duelist> <M>), 그 매력을 일부러 파괴하는 작품(<그녀를 믿지 마세요>)이 있었고, 캐릭터 자체에 힘(<그놈 목소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전우치>)이 실린 작품도 있었다. 분명한 건 강동원의 이 모든 분신들이 현실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비현실의 영역에 있었다는 거다. <의형제>의 지원은 다르다. 폭발하고 내지르는 한규(송강호) 곁의 그는, 자기 것을 드러내기보다 남의 것에 반응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지원이 조국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할 때, 그의 흔들리는 내면은 관객에게 성큼 다가설 줄 안다. 강동원이라기보다 사람에 가깝고,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 북한 간첩에 가까운 이 인물이 달리 보이는 이유다.

‘사람’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감정 표현을 ‘막’ 하는 캐릭터(<전우치>)를 하다가 기본만 지켜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기본. 지원이는 연기자로서 욕심을 내 뭘 더 해보려고 하면 무너져내리는 캐릭터더라고요.” 하긴 표본적인 연기보다 ‘변주’에 익숙했던 강동원에겐 기본을 요구하는 연기가 더 난제였을 수 있다. 시간적 어려움도 있었다. <전우치>의 촬영을 끝내고 2주 만에 <의형제>에 합류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술이면 무술, 춤이면 춤, 뭐든지 ‘완성’한 뒤 작품에 들어가는 ‘완벽주의자’적 기질을 포기해야만 했다. “처음엔 이렇게 빠듯하게 (촬영에) 들어갈 줄 몰랐는데, 여유를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뭐가 그렇게 급하노. 사람 1년 동안 하나 끝내놨는데. 초반엔 이런 상황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죠.” 급기야 캐릭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원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이 온 것이다.

그래도 연기자 8년 경력이 어딜 가진 않았다. 최선의 해결책은 혼자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것을 강동원은 잘 알고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장훈 감독과,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송강호 선배와 함께 술자리에서 나누며 그는 리듬감을 되찾았다. 또다시 이렇게 촉박한 상황이 닥치면 “성질낼 것”이라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한국영화가 요즘 많이 힘들어서 시간을 내 호흡대로 쓰는 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 말하는 강동원에게선 심리적·물리적 한계와 싸워 이겨낸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카멜리아: 러브 포 세일> <초능력자>가 연달아 그를 기다리는 올해는 그 한계를 더 자주, 많이 돌파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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