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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그늘을 벗어난 작품 <식객: 김치전쟁>
이화정 2010-01-27

synopsis 트럭을 몰고 다니며 식자재를 파는 성찬(진구)은 어릴 적 친어머니처럼 자신을 길러준 수향(이보희)을 보기 위해 요리점 춘양각을 찾는다. 마침 그곳에 수향의 친딸 장은(김정은)이 10년 만에 돌아온다. 일본 총리의 수석 요리사 장은은 한국 대통령도 반하게 만든 김치를 만든 유명 요리사. 장은의 귀국 목적은 수향에겐 분신 같은 존재인 춘양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수향은 성찬에게 장은이 춘양각을 없애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성찬은 마침내 춘양각을 지키기 위해 장은에게 김치 경연대회에서의 대결을 제안한다.

<식객: 김치전쟁>(이하 <식객2>)은 허영만의 원작에서 출발했지만 <식객>의 그늘을 벗어난 작품이다. 원작의 에피소드에 충실하고자 했던 1편 <식객>과 달리 이번 편은 아예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롭게 쓴 에피소드로 꾸려진다. 이미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된 에피소드들 대신에 원작의 명성만을 주재료로 입맞에 맞는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 셈이다. 전편에서 대령숙수의 칼을 전수받은 성찬 캐릭터를 빼곤 감독과 제작진, 출연진 모두가 바뀌었으며, 전편의 상황 역시 시리즈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식객2>를 흐르는 주요 모티브는 ‘엄마의 손맛’이다. 반찬으로서만 기능하지만 김치는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정수이며, 이 기본적인 음식인 김치에야말로, ‘음식 맛의 수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토록 보수적이고 안온하고 감동적인 코드가 영화의 핵심이다 보니 <식객2>에는 애초 ‘대결’이라는 코드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1편의 대결이 대령숙수의 칼을 차지하기 위한 자존심의 싸움이었다면, 2편은 대결은 펼치되 그 결말은 반목했던 서로에 대한 화합이자 통일을 향한 길찾기다.

자주 반복적으로, 영화는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할 길을 찾아낸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애타게 먹고 싶어 하는 도망자나,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을 키워나가는 성찬이나 기생이었던 엄마 때문에 아버지도 모르는 채 자라야 했던 장은의 유년기에 대한 기억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 <꼭 한번 만나고 싶다>를 연상시킬 정도의 즉각적이고도 말초적인 에피소드 각각이 모여 이 영화의 기본 정서를 형성한 것이다.

물론 이 정서를 결합해줄 역할은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음식의 향연이다. 수라상류의 화려하고 진귀한 음식이 아닌, 김치를 핵심으로 한 반상만큼 한국인을 배고프게 만드는 시각적 체험은 없다. 게다가 빠지지 않고 ‘아삭’거리는 김치의 청각적인 맛 또한 오각으로 보는 음식영화에 효과적으로 일조한다. 보편적인 스토리를 맛깔스럽게 연출한 덕에 <식객2>는 무리없는 대중영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영화의 중심축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는 김정은의 안정적인 연기도 이 대중성에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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