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906년, 쑨원이 혁명가들과 비밀리에 모임을 갖기 위해 홍콩에 도착하고 수백명의 청나라 자객이 그를 암살하기 위해 홍콩에 잠입한다. 이를 알게 된 한 교수(양가휘)는 오랜 친구이자 대부호인 리유탕(왕학기)을 설득해 쑨원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뛰어난 무술실력을 갖춘 도박꾼(견자단), 대부호의 충성심 깊은 인력거꾼(사정봉), 전설의 고수인 걸인(여명) 등이 합류해 쑨원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대를 결성한다.
홍콩영화 중에는 감독의 이름을 들었을 때 대충 한수 접고 봐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왕가위, 두기봉, 진가신, 허안화, 관금붕처럼 아주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박스오피스에서 적당한 성적을 거두며 가끔 수작을 만들기도 하는 감독들의 리스트다. 그 감독들이란 대표적으로 이인항(<맹룡> <삼국지: 용의 부활>), 진덕삼(<퍼플스톰> <엑시덴탈 스파이>), 진가상(<메달리온> <화피>), 임초현(<강호고급> <트윈 이펙트>) 같은 이들이다. 하지만 현재 홍콩영화계에서 견자단의 존재는 감독의 이름을 지우고도 남을 만큼의 큰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보자면 <8인: 최후의 결사단> 역시 메인 캐릭터인 견자단을 중심에 두고 보아야 할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사정봉이 중심이며 견자단은 8인의 존재 밑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심지어 자신의 정체를 숨긴 걸인으로 나오는 여명이 그보다 더한 고수로 나온다. 영화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함정을 파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진 이름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그들 모두의 영웅적 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8인: 최후의 결사단> 또한 최근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기본 골격이랄 수 있는 다수를 위한 개인의 희생, 무협드라마와 실제 역사의 다소 어정쩡한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읽힐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견자단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최근 그가 가장 많이 얻어맞은 영화로 기억할 것이다. <엽문>(2009)과 비교해 그 특유의 새로운 동작 설계 없이 영화 속의 일개 개인으로 설정된 것도 아쉬울 터. 하지만 영화가 쑨원이 홍콩에 도착한 이후 거의 실시간의 흐름으로 긴박감있게 흘러가는 것은 꽤 흥미로운 설정이다. 견자단을 중심으로 낯익은 고수들을 몇명 더 투입시켜 액션의 무게감을 높였다면 꽤 근사했을 것 같다. 다만 <건국대업>(2009) 등 마오쩌둥과 중국 본토 위주의 다소 국책영화스러운 영화들이 버젓이 만들어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에서 ‘혁명가들의 도시 홍콩’을 부각시킨 점에서는 나름 홍콩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