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데뷔작은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였다. 2009년의 데뷔작은 이용주의 <불신지옥>이었다. 한국 영화계의 선후배 지도에 민감한 독자라면 둘 사이의 공통점을 이미 짚어냈을 게 틀림없다. 이경미는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고, 이용주는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한국영화의 명장들이 드디어 후계자를 내놓고 있다. 그럼 2010년은? <씨네21>은 점집이 아니라 벌써부터 단정짓긴 쑥스럽다만, 주먹이 울고 장풍을 가르는 ‘다찌마와 류’의 후계자라면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데뷔작 <해결사>의 촬영을 목전에 둔 권혁재 감독은 류승완 아래서 현장 일을 배운 다찌마와 사단이다. “2003년 제대하고 <아라한 장풍대작전> 연출부로 일했다. <짝패>와 지금은 보류된 <야차>에서 퍼스트 조감독을 하며 일을 배웠고,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부터는 각본과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다찌마와 류 사단에서 승급을 거치던 와중에도 그는 단편영화들을 짬짬이 만들었다. 특히 사무직의 애환을 무림액션으로 담아낸 <손자병법>은 6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4만번의 구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랜 현장 경험과 단편 연출 경력으로 단련된 신인이라는 거다. 데뷔작 <해결사>는 당연하게도 액션스릴러 영화다. 아내의 살인범이 풀려나자 환멸을 느껴 경찰을 그만둔 주인공이 살인 누명을 쓰고, 자신을 모함하는 배후의 조종자를 직접 찾아내야만 한다. “인물의 반전이 계속 나오는 영화다. 배후자의 뒤에는 더 큰 배후자가 있다. 굉장히 빠른 호흡의 영화가 될 거고, 한국 도시의 공간과 지형지물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액션을 보여주게 될 거다.” <해결사>는 단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미드 <24>가 생각난다고? 권혁재 감독의 걸출한 홍보문구를 들어보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닉 오브 타임>의 세계에서 존 맥클레인이 벌이는 ‘본’ 시리즈 같은 악전고투 액션영화.”
권혁재 감독은 현실로 입봉의 감동을 이렇게 표현한다. “막내부터 조감독까지 7년의 세월을 류 감독님 밑에서만 보냈고 그의 영화사에서 데뷔한다. 마침내 제다이가 되어 광선검을 하사받는 기분이랄까.” 다찌마와 류도 심호흡이 필요하겠다. 이 신참 제다이에게는 다크 포스가 물씬하다.
패기와 세공력을 겸비했다. 감독들은 자기 영화에 꾸준히 참여해온 동시에 현장에서의 운영능력을 겸비한 사람을 이상적인 조감독으로 여긴다. <다찌마와 리…> 때 세컨유닛 액션을 이 친구가 맡아서 했는데 현장 운영능력이 정말 능수능란하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숙련돼 있다. 또 자신의 영화관 역시 뚜렷하다. 그런 측면을 모두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데뷔작이 실망스럽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