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의 제작자 빌 콩은 타이베이에서 장이모의 <단순한 국수 이야기>(A Simple Noodle Story)를 배급할 회사를 찾으며 2009년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단순한 국수 이야기>는 코언 형제의 누아르영화 <분노의 저격자>(Blood Simple)의 리메이크다. 연말 개봉 대작인 <단순한 국수 이야기>는 중국에서 개봉된 지 18일 만에 3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과는 시기와 장소가 바뀌었고 좀더 연극적이지만 대체로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영화를 타이베이에서 개봉하는 데서 가장 큰 어려움은 매해 ‘순수한’ 중국영화를 열편만 개봉하도록 한 쿼터제다. 후아이 브러더스 미디어그룹은 지난해 10월 스파이스릴러영화 <바람의 소리>를 홍콩 합작영화로 탈바꿈시켜 쿼터 시스템을 통과해 대만에서 개봉할 수 있었다. 이 뻔뻔한 중국 제작사는 2007년 스릴러영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를 홍콩 합작영화로 탈바꿈시켜 대만영화상 후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중국에는 대만영화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는 한편, 수익이 분배되는 외국영화 개봉 수에는 쿼터가 적용된다. 중국시장에 대만에서 찍은 영화에 대한 수요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한편 대만 상업영화감독들은 중국 본토에서 이미 대작영화를 찍고 있다. 주걸륜이 나오는 추옌핑 감독의 <트레저 헌터>와 양자경과 정우성이 나오는 소조빈 감독의 <지얀유 지양후>가 그 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만 영화업자들은 중국영화를 수입하는 데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이 쿼터 시스템은 대만 회사들이 영화 판매나 합작을 위해 얼마만큼 중국 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올해 대부분의 쿼터영화는 대만 영화회사 롱숑이 독점했지만 쿼터를 따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만 영화사가 본토 중국영화에 관심이 있다 해도, 중국영화가 대만 관객의 관심을 끄는 것 같지는 않다. 배급사들도 이 점을 잘 안다. 2008년 12월 서극의 <올 어바웃 우먼>은 대부분의 주요 배우들이 대만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만다린어를 사용함에도 광둥어 더빙판만을 상영했으며, 반대로 홍콩에서는 홍콩 사람들이 많이 쓰는 광둥어가 아니라 만다린 더빙판만 상영됐다.
<단순한 국수 이야기>는 최근 장이모 감독의 역사판타지영화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중국 본토 밖의 관객에게 다소 의외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웅> <연인> <황후화>는 홍콩, 대만과 일본의 주요 스타들을 캐스팅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 최근의 역사물이 장이모 감독의 커리어에서는 오히려 예외적인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가 1996년 만든 정신없는 블랙코미디 <유화호호설>은 그의 최고작 중 하나다.
나는 <단순한 국수 이야기>가 극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놓치지 않고 보려고 홍콩에 와 있다. 홍콩에서 이 영화는 개봉일에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나는 여기서 진덕삼의 역사액션극 <8인: 최후의 결사단>의 영어 자막판 역시 볼 것이다. 상하이 근교에서 찍은 이 영화는 중국 내 박스오피스에서 장이모의 영화를 바짝 뒤쫓고 있다. 개봉 열흘 만에 2700만달러를 넘었던 이 영화의 극장수익은 이제 막 3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아바타>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에서 이 영화는 1월4일 월요일에야 개봉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홍콩과 대만에서는 박스오피스를 석권하고 있다. 할리우드영화 개봉을 좀 늦추는 것이 그 나라 영화 문화에 정말 유익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