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보험회사 사장인 윌리엄이 직쏘에게 납치당한다. 직쏘의 룰은 간단하다. 트랩에 갇힌 사람들 중 ‘살려야 할 자’와 ‘죽여야 할 자’를 윌리엄이 직접 선택해야 지하감옥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에게는 이제 여섯번의 기회와 여섯번의 선택이 주어진다. 한편 FBI는 죽은 직쏘 대신 임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공범이 있음을 직감한다. 전편에서 직쏘의 후계자가 된 호프만 형사는 점점 목이 조여옴을 느끼고, 또한 직쏘의 아내인 질은 직쏘가 남긴 유품 상자에 담긴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정리가 필요하다. 4편에서 직쏘는 죽었다. 직쏘의 후계자가 나올 걸 예견하며 끝나는가 했더니 웬걸, 5편에서는 또다시 과거 회상을 핑계로 직쏘가 재등장했다. 분명한 건 제작자들 역시 직쏘의 퍼즐에 말려들었다는 거다. 나름 인터랙티브한 호러영화를 만들겠다며 제작진은 시리즈의 이야기를 쓸모없이 배배 꼬아놨다. 5편을 보려먼 전편을 다 봐야 하고, 새로 개봉하는 6편을 보려면 역시 전편을 다 봐야 한다(최소한 4편과 5편은 꼭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쏘우: 여섯번의 기회>는 단 한명의 희생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덕에 이야기는 4, 5편보다 훨씬 간결하다. 희생자 윌리엄은 보험회사 사장이다. 그의 죄는 보험회사의 도움이 필요한 회원들에게 온갖 합법적 핑계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지지하는 모양새 같기도 한데, 이왕이면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대표를 희생자로 만드는 게 더 정당하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쏘우> 시리즈의 진짜 재미는 기괴한 트랩 아니겠는가. <쏘우: 여섯번의 기회>에도 트랩은 다양하다. 희생자들을 회전의자에 앉혀놓고 한명씩 러시안룰렛처럼 돌려가며 쏴죽이고, 두 사람에게 자기 살점을 최대한 많이 베어내 저울에 달라고 강요한다. 다만 고어의 매력이 영 예전 같지는 않다. 우리도 지난 10년간 ‘고문 포르노 장르’에 충분히 단련이 된 까닭이다.
이 시리즈의 진정한 문제는 직쏘다. 직쏘라는 캐릭터는 결코 한니발이나 프레디 크루거가 될 수 없다. 기념비적인 호러영화 아이콘들이 가진 카리스마 대신 직쏘가 가진 건 오로지 소피스트적 궤변뿐이다. <쏘우: 여섯번의 기회>에서 직쏘는 한 남자의 가슴을 쇠로 짓누르면서 말한다. “그의 죄는 병이 있는 걸 알면서도 흡연을 계속한 것”이라고. 이쯤되면 막 나가자는 거다. 궤변은 지겹고 트랩은 지루하다. 일곱 번째 기회는 오지 않아도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