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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적을 일궈내는 과정 <러브 매니지먼트>
이영진 2009-12-30

synopsis 부모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매니저 일을 하는 마이크(스티브 잔)는 203호에 찾아든 수(제니퍼 애니스톤)의 뒷모습에 반한다. 수는 밤마다 방에 불쑥 들러 와인과 샴페인을 안기는 마이크가 귀찮긴 한데 그렇다고 싫진 않다. 볼티모어로 떠나기 직전 수는 끈질기게 집적대는 마이크와 짧은 사랑을 나눈다. 수는 이를 출장 중에 일어난 흥미로운 해프닝 중 하나라고 여기지만, 마이크는 급기야 비행기를 타고 수의 직장에까지 찾아와 갖가지 연애 사고를 일으킨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이차방정식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변수인 X와 Y는 상극이어야 한다. X와 Y가 애초부터 같은 부류, 찰떡궁합이라면 방정식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이크와 수 또한 각각 딴 나라에 사는 별종들이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부모 곁에서 더부살이하는 마이크와 직장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 수, 둘 사이엔 쉽사리 건너기 힘든 커다란 강이 흐른다. 게다가 마이크는 사각형 얼굴에 터부룩한 머리털을 가진 사내다. 당신이 수라면 마이크가 지닌 조건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는가. “연봉의 30%를 홈리스들을 위한 자선사업에 쏟는” 자비심 넘치는 수라고 해도 이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현실을 마이크가 모르는 건 아니다. 그걸 알기에 마이크는 언제나 무모하게 돌진한다. 그에게 세련된 ‘러브 매니지먼트’ 기술 따윈 없다. 샴페인조차 제대로 딸 줄 모르는 마이크는 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급기야 괘씸하게도 자신이 공들인 수를 인터셉트한 펑크족 출신 백만장자의 저택에 고공침투를 감행한다. 진드기보다 더한 마이크의 집요함은 수의 엉덩이를 한번 만진 것 이상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쉽사리 틈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러브 매니지먼트>는 럭비공 같은 남자와 알람시계 같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의 기적을 일궈내는 과정을 상큼하고 간결한 화법으로 그려낸다.

물론 <러브 매니지먼트>가 남녀 연애사에만 골몰하는 건 아니다.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식의 돌쇠형 사랑 예찬론은 후반부에 가면 가족 혹은 동료간의 사랑으로 확대된다. 물론 로맨틱코미디의 자장 안에서 진지한 성찰이나 뼈저린 각성까지 바라는 건 우물가에서 와인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티븐 벨버 감독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며 사랑의 범주가 좀더 폭넓게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제니퍼 애니스톤의 익숙한 연기도 편안하지만 <스튜어트 리틀> 시리즈에서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 마이크 역의 스티브 잔이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비비탄 든 총을 들고 설치는 장고 역의 우디 해럴슨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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