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신의 복음을 전하던 예수(윌렘 데포)는 로마인들에게 붙잡혀 십자기에 못 박히게 된다.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사탄의 마지막 유혹에 직면한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자신의 환상 속에서 천사의 형상을 한 사탄에 의해 십자가에서 내려오게 된다. 막달라 마리아(바버라 허시)와 관계를 맺은 그는 결혼을 하며 ‘정상적 삶’을 누리게 되는데….■ Review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격한 반대에 직면해야 했던 영화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아일랜드에서는 이색적인 조건을 달고 개봉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곳 극장에서는 일단 영화가 시작된 뒤에는 절대로 관객을 입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볼 사람이면 누구나 “이 영화는 복음서가 아니라 영원한 영적인 갈등에 대한 허구적 탐구에 기초한 것이다”라는 영화 서두의 문구를 읽어야 한다고 당국에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이 영화 속의 예수, 즉 인간적 측면이 특히 부각된 존재로서의 예수가,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에 혹 혼란을 주지 않을까 해서 나온 당국의 ‘배려’와 같은 것이었던 셈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각색하면서 마틴 스코시즈가 스크린에서 그려낸 예수는 신성한 존재임과 동시에 인간적 본성을 가진 그런 존재이다. 그 예수는 신의 아들이면서 인간으로서의 약함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십자가에 매달려 대속(代贖)해야 할 그는 자신에게 닥칠 고통이 두렵고 신이 요구하는 바가 무언지 도통 확신이 서질 않는다. <예수…>는 그런 그가 사탄의 유혹을 겪고 또 그것을 극복하면서 결국엔 신의 뜻에 따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간다. 흥미롭게도 스코시즈는 예수의 이 여정에 유다를 특히 중요한 동반자로 설정하고 그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가미한다. 기본적으로는 예수의 고뇌에 대한 영화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예수와 유다의 ‘버디무비’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유다는 예수보다도 강직한 과격한 민족주의자이자 그의 충실한 사도로 그려진다. 이기적인 배신자가 아니라 신의 계획 안에서 예수가 제 소임을 다하도록 채찍질하는 인물이 유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예수를 다른 렌즈로 바라본 <예수…>는 장 뤽 고다르의 <마리아께 경배를>(1983)처럼 종교인들로부터 반발을 산 영화였다. 특히 이 영화의 반대자들을 격분시켰던 것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환상 속에서 막달라 마리아와 벌이는 짧은 섹스신이었다. 당연히 <예수…>는 반대자들로부터 불경한 영화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스코시즈의 영화 가운데 가장 큰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영화, 그래서 오래 기억되는 영화로 꼽힐 것이다. 물론 이건 <예수…>가 스코시즈의 대표적 걸작이라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와 관해서는 유사하게 종교적 지도자를 그린 스코시즈의 다른 영화, 그러니까 지나치게 가치평가된 그의 <쿤둔>(1997)과 비교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홍성남/ 영화평론가 antihong@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