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할 거야 너와 늙는 것 널 매일매일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제일제일 사랑하는 네게 다 양보해.”(<Grow Old with You>)
‘언제 결혼할 거냐’는 잔소리가 무서워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결못남·결못녀들은 절대 피하시라. 결혼식 장면만 절반 이상 등장하는 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면 솔로라는 사실이 사무치게 처량해 소개팅이라도 주선해달라 죄없는 친구들을 닦달하게 될 테니. 결혼에 대한 논쟁 자체를 구태의연하다 여기는 요즘 세태를 기준으로 삼자면, 드루 배리모어·애덤 샌들러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웨딩싱어>는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뮤지컬이다. 결혼식으로 시작해 결혼식으로 끝나는 것도 모자라 주인공인 로비 하트와 줄리아 설리번은 결혼식장에서 만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정 들고 마침내 결혼식장에 나란히 서는, 한마디로 결혼이 중매한 커플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배경인 뮤지컬의 입장에서 결혼만큼 잘 어울리는 짝도 드물지 않을까. 불황이라곤 없던 시절, 결혼의 당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과 경쾌한 디스코음악, 기타 선율에 힘을 얻는 프러포즈까지.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와 턱시도 차림의 신랑이 하객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엔딩신은 또 대책없이 사랑스러워 얼어붙은 21세기 관객의 마음을 녹인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뮤지컬 버전인 <마이 스케어리 걸>에서 이미나(알고 보면 이미자) 역을 엽기발랄하게 소화한 방진의가 드루 배리모어 뺨치는 깜찍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비 신랑들에게 일종의 바이블로 추앙받았을 로비의 프러포즈송 <Grow Old with You>는 같은 역에 더블캐스팅된 박건형과 황정민의 목소리로 달콤하게 재현된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인당수 사랑가> 등의 최성신 연출가가 지휘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혼을 고대하고 있는 여성 관객에겐 프러포즈 권유용으로, 프러포즈를 계획 중인 남성 관객에겐 분위기 조성용으로 탁월한 선택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