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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그맨의 일상을 좇는 다큐멘터리 <기죽지 마라>
주성철 2009-12-16

synopsis 개그맨 공채로 한때 잘나갈 뻔했던 개그맨이었으나 이제는 무명이 돼버린 김진, 그런 김진과 한집에 살며 매년 개그맨 시험에 도전하는 임윤택, 그럼에도 둘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공과금조차 제때 내기 힘든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한편, ‘제2의 장윤정’을 꿈꾸는 세 여자가 그룹 ‘SOS’를 결성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기획사 사장은 어딘가 믿음이 가지 않고 계약금조차 받기 힘들다. 그들에게 역전의 기회는 찾아올까.

<우린 액션배우다>의 개그맨 버전이라고나 할까. <기죽지 마라>는 성공을 꿈꾸는 두 개그맨의 일상을 좇는 다큐멘터리다. 구성은 다르다. 현실과 다큐가 오가는 다양한 기법들을 선보인 전자와 달리 KBS 인간극장으로 이미 전파를 탔던 <웃겨야 산다>편을 좀더 확장한 버전이다. 거기에 트로트 그룹을 꿈꾸는 ‘SOS’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병치시켰다. 기존 극장개봉 다큐멘터리의 제작 시스템과 사뭇 다르지만, 방송 콘텐츠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작품 속 김진과 임윤택의 개인기나 연기를 보며 웃는 경우는 드물다. 말하자면 그들이 현재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겠고, 김진이 현재 <개콘>에 나오지 못하고 윤택이 공채 개그맨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는 이유도 뻔하다. 그렇게 <기죽지 마라>는 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다큐가 아니다. 그저 이 세상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생이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력만 한다고 뭔가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내레이션은 꽤 냉정하지만 신선하다.

두 개그맨의 이야기가 다큐라면, SOS 에피소드는 극영화처럼 전개되며 한데 섞여 있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우연히 딱 한번 만난다. 개그맨들은 ‘땜빵’으로 무대에 올랐고, SOS는 초청가수가 아니라 객석에서 불러올려져 그저 장기자랑처럼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그 둘의 꿈은 소박하게 만난다. 서로가 서로의 처지를 몰라보고 그저 관객만 그 사연을 알지만, 뭐 그런 게 인생이다. 손쉽게 그들의 눈물을 보여줄 수 있지만 무척 ‘쿨’하게 그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개그가 힘든 게 아니라 사는 게 힘들다”는 얘기, 모두가 공감할 만한 한탄 아닌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콘>을 쉬고 있는 김준호를 여러 번 스치듯 볼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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