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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2010년 해외자본 몰려오나
문석 2009-12-14

2010년 한국영화 시장의 변수는 해외 자본이다. 국내 영화자본이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상당수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동력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이십세기 폭스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대표적이다. 폭스는 이 영화의 순제작비 110억원 중 상당 부분을 투자하기로 해 최초로 한국영화에 직접 투자한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됐다(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투자했던 포커스 피처스는 유니버설의 자회사다).

폭스의 <황해> 투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게 시작이었다. 당시 이 영화를 본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의 샌포드 파니치 대표는 나홍진 감독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때 이뤄졌다. 이때 한국을 찾은 파니치 대표는 나 감독의 신작 <황해>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작사 팝콘필름의 한성구 대표는 “그때부터 계약까지만 1년 넘게 걸렸는데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팝콘필름이 폭스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단지 자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투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면 폭스가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리메이크라든가 이런 데서도 좋은 조건을 얻을 수 있다.”(한성구 대표)

그렇다면 폭스가 <황해>에 투자한 이유는 뭘까. 2000년대 중반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북미시장의 한계를 점점 느껴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파니치 대표가 이끄는 FIP 또한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만들어진 회사. FIP는 현재 일본·독일·러시아·인도 등에서 로컬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시장 또한 <황해>를 시작으로 진출한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폭스가 현재 <황해>의 한국 배급사인 쇼박스와 모종의 딜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보면 <황해>의 배급을 둘러싼 논의일 수도 있지만, 두 회사가 이미 2007년 한국영화에 대한 공동투자 및 배급에 관한 투자의향서(LOI)를 쓴 바 있다는 기억을 반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폭스가 쇼박스의 한국영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한국영화계는 할리우드 자본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자본과 엮여 있는 프로젝트는 <황해>만이 아니다.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는 100% 일본에서 투자받고, 김성수 감독의 <독비도>는 홍콩 자본을 확보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도끼 프로젝트’는 할리우드와 프랑스 자본이 참여할 전망이다. 윤제균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제7광구> 또한 해외 파트너를 확보할 공산이 크다. <제7광구>의 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 이상용 부장은 “아직 확정된 게 없어 할 말은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형태의 해외 프로젝트도 있다. 안병기 감독은 <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을 직접 연출하게 되며, 한국 제작사와 자본이 만들어낸 <비벌리 힐스 닌자2>도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하게 된다.

과연 2010년은 한국영화가 해외자본과 결합되는 원년이 될 것인가. 자본부족에 시달려온 영화인들은 아마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종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우려는 숨이 가빠 헐떡이는 한국영화계 입장에서 사치스런 고민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