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시골 마을에 사는 말괄량이 소녀 신코. 무엇이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신코의 머릿속엔 온통 1천년 전 마을의 이미지와 그곳에서 친구 없이 외롭게 노는 공주 생각뿐이다. 그러던 중 도쿄에서 전학 온 얌전한 소녀 키이코가 등장한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소녀들이지만 둘은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고 친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마을 친구들과 신코의 동생까지 모여 산과 냇가, 들을 뛰어다니며 어린 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아간다.
‘마이마이’는 이마에 난 가르마를 뜻한다. 신코는 보기 좋게 자리잡지 않은 가르마 때문에 마이마이신코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신코의 마이마이는 동화 <빨간머리 앤>에서 앤의 빨간 머리 같은 것이다. 다홍빛 머리는 앤이 그토록 싫어하는 타고난 요소지만, 앤은 상상력으로 자신의 ‘못난’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그린다. 신코 역시 가지런한 머리를 갖고 싶은 소녀지만, 그런 고민에만 빠져 있기에는 할 일도, 놀거리도 너무 많다. 게다가 그녀의 걷잡을 수 없는 머릿속은 지금 현재, 1천년 전 마을에서 살았다는 자기 또래의 공주에게 온통 쏠려 있다. 친구가 없고 외로운 공주는 신코의 ‘과거’이기도, 신코와는 정반대 성격을 가진 얌전한 전학생 키이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판 <빨간머리 앤>’이라고 불리는 <마이마이신코 이야기>는 신코의 상상과 현재로 버무려진 성장담이다. 가타부치 스나오 감독은 원작자 다가키 노부코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델로 쓴 자전적 소설 <마이마이 신코>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1950~60년대 야마구치현이라는 배경 속에 자리한 소녀 신코는 그곳의 풍만한 자연과 어우러져 활기를 얻게 된다. 초록이 어우러진 산과 들, 냇가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에겐 적재적소의 공간이다. 그러나 감독은 아름다움만으로 성장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이 적나라한 성장담 속에는 친구들의 아픔과 불행도 예고없이 함께한다. 기쁨과 호기심으로만 채워져 있던 소녀가 친구들과 관계를 통해 슬픔과 고통을 체득하는 순간, 소녀의 감정도 1cm 정도 자라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제작한 매드하우스의 작품이란 점은 <마이마이신코 이야기>의 성격을 좀더 명확하게 규정해주는 요소다. SF적인 요소를 첨가해 장르의 재미를 풍부하게 하는 제작사의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영화 속 신코가 상상하는 1천년 전 과거는 과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긴밀하게 연결된 접점의 공간이다. 추억으로 그칠 법한 1950년대 소녀의 성장은 그래서 입체적인 사건으로 현재의 관객과도 충분히 연결될 여지를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