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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연기파 배우로서 거듭난 곽부성 < C+탐정 >
주성철 2009-12-09

synopsis A급도 B급도 아닌 C+탐정 아탐(곽부성)의 사무실로, 혜심이라는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며 황(성규안)이 찾아온다. 좀 모자란 남자가 하는 얘기라 대충 끝낼 요량으로 수사를 시작하는데, 그녀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변인물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사진 한장을 발견하는데, 아탐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시선도 느끼면서 사진 속 유일한 생존자를 쫓는다.

언제 적 곽부성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유덕화나 임달화처럼 가장 멋지게 나이를 먹고 있는 홍콩 남자 배우 중 하나다. 두기봉의 <유도용호방>(2004), 진목승의 <삼차구>(2005), 담가명의 <아버지와 아들>(2006), 그리고 최근 <살인범>(2009)에 이르기까지 중견 연기파 배우로서 거듭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과 직면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살인범>과도 여러모로 겹친다. <살인범>에서는 끔찍한 흉악범죄와 맞닥뜨린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형사였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왕년의 청춘스타 이미지를 벗어버린 터프한 모습이 신선하다.

정체성을 잃은 채 진퇴양난에 놓인 단독 남자주인공, 그리고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최근 홍콩영화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2006)의 양조위와 금성무, <흑백도>(2006)의 장가휘, <매드 디텍티브>(2007)의 유청운, <엑소더스>(2007)의 임달화, 그리고 <C+탐정> <살인범>의 곽부성이 그렇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묘한 암시까지 풍기면서 영화에서 자아를 잃어버리는 순간까지 겪는다. 이것은 분명 <디 아이>(200) 시리즈로 공포스릴러 장르에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던 팽 브러더스가 관심을 가질 법한 설정이기도 하다(<C+탐정>은 형인 옥사이드 팽이 단독으로 연출했고 대니 팽은 제작만 맡았다). 그들의 데뷔작 <방콕 데인저러스>(2000)에서 어려서부터 농아이자 오른손은 말도 듣지 않는 주인공 킬러의 모습도 여기 겹친다.

앞서 열거한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C+탐정>은 좀더 섬뜩한 호러영화적 디테일로 넘쳐난다. 인물을 공간 구석 끝까지 밀어붙여 옥죄는 팽 브러더스의 감각도 여전하다. 홍콩이 아닌 방콕을 무대로 한 것도 이색적이다. 찌는 듯한 더위와 인파의 물결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차와 코끼리가 충돌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들 특유의 기괴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안타까운 순간도 있다.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악역 전문배우였던 성규안의 유작이기 때문. 사건을 맡기러 찾아온 첫 장면에서, 악명 높은 흥신소 해결사 주성치를 찾아왔던 <정고전가>(1991)의 도입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라면 괜히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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