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크리스마스 캐롤> 관람자: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허준영 코레일 사장, 이명박 대통령
2009년의 12월은 배신으로 점철됐다. 오랜 논쟁점이었던 복수 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노·사·정 6자회의가 결렬된 데 따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2년 만에 연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12월1일 한국노총쪽에서 갑자기 한나라당쪽의 비굴한 유예안에 찬성하는 등 정부와 공조를 맺으며 모처럼의 연대는 깨졌다. 같은 날 경찰은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을 불시에 압수수색했고, 한국노동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직장 폐쇄 조치를 내렸다. 철도노조 역시 12월3일 8일간의 파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 타협해서는 안된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격려를 충실히 수행한 코레일쪽의 나름의 승리?
정부가 발벗고 부추기는 노동계 탄압은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노사관계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나. 12월이 가기 전, 모두들 3D 안경을 끼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관람하셨으면 좋겠다. 찰스 디킨스가 쓴 불후의 명작을 옮긴 이 영화에는 “남 도움만 받는 가난한 것들은 다 죽으라고 그래. 인구도 많은데”라던 섬뜩한 스크루지 영감과 “그래도 모두가 다 같이 잘살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선의가 팽팽하게 대결한다. 어휴, 영국의 19세기와 한국의 21세기가 똑같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