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제 기다리는 영화팬들 꽤 되리라 짐작된다. 2년 만에 돌아왔다. <녹차의 맛>을 비롯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카모메 식당> <철콘 근크리트> 등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일본영화들을 소개해온,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주최 스폰지, 스폰지하우스)이 12월3일부터 31일까지 약 한달간 스폰지하우스 중앙과 광화문에서 열린다.
지난 2006년 영화제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한 전력답게 이번에도 라인업에 꽤 신경 쓴 듯 보인다. ‘TASTE OF JAPAN’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올해는 4개 섹션(‘느끼자! 행복의 맛’, ‘즐기자! 청춘의 맛’, ‘만끽하자! 열도의 맛’, ‘발칙한 미키월드’)으로 총 13편의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수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 쓰마부키 사토시, 나카타니 미키 등 일본 톱배우들의 신작들이 대거 몰려 있어 ‘인디’라는 영화제의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일본영화 및 드라마의 경향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맛’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대중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해서 맛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느끼자! 행복의 맛’ 섹션에서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남극’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신예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남극의 셰프>가 눈에 띈다. 8명의 남극대원들을 위해 셰프 ‘니시무라’는 소박한 가정식에서부터 화려한 서양식 음식들까지 정성을 다해 요리한다. 절로 침이 나오게 하는 음식들은 늘 가족을 그리워하는 기러기 아빠의 삶과 함께 탄탄한 드라마를 구축한다.
청춘은 늘 불안하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즐기자! 청춘의 맛’에는 이처럼 정처없이 방황하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에너지로 가득한 풍경(<삐뚤어질테다>)이 있는가 하면, 노인들보다 더 무기력해 오히려 전 세대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애늙은이 같은 삶(<도쿄 랑데부>도 있다. 또 처음에는 머물 곳 없는 외로운 인생을 살지만 차츰 용기와 따뜻한 가슴을 얻게 되는 희망의 풍경(<백만엔걸 스즈코>)도 있다.
아라시의 팬들은 분명 일본영화의 현재를 가늠할 섹션인 ‘만끽하자! 열도의 맛’을 주목할 것이다. 바로 아라시의 멤버인 사쿠라이 쇼가 출연하고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다는 사실만으로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겨라 승리호>(원제는 <이겨라! 얏타맨>)가 이 섹션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1977년부터 79년까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얏타맨’을 원작으로 한다. 이 밖에도 <인스턴트 늪> <텐텐>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인 더 풀> 등 총4편을 상영하는 ‘발칙한 미키월드’에서 미키 사토시 감독의 주특기인 ‘엉뚱한 웃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작품들로 구성된 올해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은 풍성하게 잘 차려진 식단이라 할 만하다(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