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영국을 배경으로 영민한 십대 소녀의 성장을 다룬 <에듀케이션>(An Education)은 2009년 독립영화계의 단연 화제작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의 호평이 무색하지 않게 영화를 본 관객의 입소문 역시 자자하다. 목요일 저녁 선셋대로의 아크라이트 극장 앞. 많은 영화들의 레드 카펫 행사가 이루어지는 극장이라 미처 치워지지 않은 카메라 라인 앞에는,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 앞에서 <에듀케이션>을 보고 나온 스티브 루돌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에듀케이션>을 보러 오게 된 이유는 뭔가. =지난 주말 이곳에서 코언 형제의 신작 <시리어스맨>(A Serious Man)을 보러 왔을 때 트레일러를 봤다.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었지만, <시리어스맨>을 보면서 이런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도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 영화라. 얼핏 생각하기에 두 영화 다 이른바 대규모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라서 오히려 반대의 경우일 것 같은데. =<시리어스맨>은 영화 한컷 한컷에 생각을 많이 담았다. 큰 화면에서 관람하다보니 작은 화면에서 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디테일들이 보여서 좋았다.
-그럼 <에듀케이션>은 극장에서 볼 만했나. =그냥 영화가 시작한 지 한 10여분 지나는데 ‘와- 이 영화 상당히 훌륭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계속 아주 좋았다. 사실 론 셰르픽 감독의 이전 작품인 <초급 이태리어 강습>(Italian for Beginners)을 재미있게 봐서 감독에게 기대감이 있었다. 그 작품은 도그마영화라서 두 작품을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하기는 무리일 것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 영화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잘 끌어냈다는 정도?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연애에 대해 1960년대 초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십대 소녀와 그녀의 중산층 가족, 그에 대한 그녀의 미묘한 감정을 유려하고 아름답게 잡아냈던 것 같다. 각자가 서 있는 상황들이 모두 이해되는 좋은 시나리오였다.
-아주 재미있었던 모양인데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던가. =마지막 5분! 이렇게 엄청난 걸 만들어놓고는 마지막을 평범하게 끝내버렸다. 게다가 내레이션으로 끝내다니. 시작을 내레이션으로 했었나? (아니었던 것 같다고 확인을 받자)그것 봐라. 시작을 내레이션으로 한 것도 아닌데 끝을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끝내다니. 흠. 그게 과연 감독의 의도였을까. 내 생각에는 편집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
-이를테면 프로듀서의 입김이라든가. =왠지 어느 한명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한데 섞여서 얼렁뚱땅 영화를 끝내버린 것 같다. 상처입었지만 결국에 주인공은 행복해졌다는 결론으로 꼭 맞추어야 했을까. 인생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시리어스맨>도 <에듀케이션>도 1960년대가 배경이다. 그러고보니 텔레비젼 시리즈 <매드멘>의 시간적 배경과도 겹치는데, 영화인들이 그 시기에 매력을 느끼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베이비 붐 세대가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세대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1960년대 이후는 각종 매체에서 다각도로 많이 다루어진 데 반해 1950년대 말 60년대 초는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낮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