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영광(김낙형)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피붙이들조차 반겨주지 않는다. 동네 양아치 후배 종만(최영환)은 영광에게 고향 마을이 아파트 재개발 사업으로 들썩인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겨준 작은 유산으로 땅을 사들인 영광은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딸과 함께 사는 중년 여성 선숙(김현주)과 동거에 들어간다. 재개발만 되면 모든 고생이 끝난다고 큰소리쳤던 영광은 얼마 뒤 선숙이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재개발 사업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이 동네 정말 이상해졌네.” 슈퍼마켓에서 목판두부를 팔지 않다니, 식당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니. 망치로 때린 것도 아니고 그냥 주먹으로만 사람을 쳤을 뿐인데 경찰서에 끌려가다니. 주영광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망나니질하다 콩밥 먹게 된 사연이야 과거지사 아닌가. 마냥 코흘리개로만 봤던 막내동생마저 자신의 술잔을 거부하고 버럭 화를 낼 때는 정말이지, 주영광 돌 것만 같다. 하지만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허송은 아니다. 한편으론 이상해진 동네가 그에게 갱생의 기회이기도 하다. 주영광은 지금은 허허벌판이나 소 한 마리와 나무 몇 그루 심어두고 가만 기다리고 있으면 이내 금싸라기가 될 것이라는 땅을 매입한 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소일한다. 심심하면 ‘재개발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실컷 패주거나 용돈벌이로 가짜 기름을 팔면 된다. 불법도 법이라고 외치면서.
담배를 피워 문 굳은 표정의 주영광을 맨 먼저 마주했을 때, <낙타는 말했다>는 한없이 어두운 영화처럼 보인다. 내세울 것 없는 주영광의 보금자리는 곧 허물어질 것이며, 인생 역전을 꿈꿨던 남자의 얼굴 또한 결국 일그러질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주’‘영광’이라는 남자가 이 땅에서 거룩하신 주님의 은총을 받을 수 없음은 환청처럼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낙타는 말했다>가 ‘나쁜 세상’, ‘착한 남자’라는 뻔한 구도를 들여와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나쁜 세상에는 꼭 그만큼만 나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주영광의 어이없는 죽음 뒤 기적 아닌 기적이 도래할 때 받게 되는 묘한 느낌은 거기서 나오는 듯하다. 주영광 역의 김낙형은 <지상의 모든 밤들> <민들레 바람되어> <맥베드>를 연출한 연극인 출신. 종잡을 수 없는 폭력과 웃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