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지마라 욕하지마라 나도 인간이다!
욕하고, 때리고, 부수고…온몸으로 협박하는 나쁜 남자의 난봉쇼가 시작된다!
감옥에서 출소 후 고향으로 돌아온 영광.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그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어머니가 남긴 제 몫의 유산으로 재개발 예정 지역에 땅을 사고
과부도 만난 영광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툭하면 제멋대로 깽판치기 일쑤인 성격 탓에
하는 일마다 번번이 꼬이고 만다.
그러던 중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들리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재개발 사업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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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고 웃기는 ‘수컷영화’ 전성시대,more
전대미문의 수컷영화 <낙타는 말했다>가 온다!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 16관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평단은 물론 일반 관객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영화 <똥파리>(감독 양익준). 2만 명을 돌파하며 초 저예산 독립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인정받은 <낮술>(감독 노영석). 800만을 모으며 한국 스포츠영화의 극점에 도달한 웰메이드 상업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배우 김윤석의 스타성을 다시금 증명한 액션영화 <거북이 달린다>(감독 이연우)의 공통점은? 그렇다. 수컷들의 아드레날린이 다양한 형태로 분출된 시쳇말로 수컷영화, 남자영화라는 점이다. 세상을 살아갈 방도가 폭력 밖에 없는 용역깡패, 우유부단하지만 술과 여자의 유혹만은 만사 오케이인 주당청년, 모두가 루저라고 비웃지만 태극전사라는 자존감 하나에 목숨 건 착한 녀석들, 흉악한 일이라고는 절대 벌어지지 않는 시골의 어리바리 형사 이야기까지. 올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징글징글한 남자영화는 이 밖에도 참 많았다. 그들의 신랄한 언어와 물불 안 가리는 거친 행동, 패거리들끼리의 유별난 유대감 등은 가장 드라마틱한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들의 캐릭터를 가장 매력적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강하고 거친 남자로 때로는 한없이 연민이 느껴지는 나약한 존재로 말이다.
올 가을엔 전대미문의 수컷영화 <낙타는 말했다>가 기세 좋게 당도했다. 혹자는 <똥파리>의 중년버전 이라고도 칭했고, 또 누군가는 홍상수식 ‘전원일기’ 라고도 촌평한 영화다. <낙타는 말했다>는 지난해 인디포럼 2008 폐막작, 서울독립영화제 2008 경쟁부문에 진출해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은 신예 조규장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옥 출소 후 새로운 인생 한방을 꿈꾼 거친 남자의 징글징글한 삶을 그린 영화로 예측불허의 언행과 기상천외한 행동을 일삼는 난봉꾼 주영광이 주인공이다. 기존 한국영화의 마초 주인공들이 거칠지만 나름 폼 나는 수컷 아우라를 풍겼다면, <낙타는 말했다>의 주영광은 그 어떤 인물과도 비교가 불가능한 전대미문의 비루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역발상의 네오 마초이즘을 은근히 설파한다. 폼나지 않는 마초, 한없이 지리멸렬한 마초의 전형을 보여주는 <낙타는 말했다>는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부산>, <바스터즈-거친 녀석들>과 같은 비슷한 수컷영화 속에서도 도드라져 보인다. 한마디로 전혀 다른 비기로 숙성시킨 발효음식 같다,랄까. 올 가을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골 때리는 나쁜 남자의 특별한 원맨쇼’ <낙타는 말했다>가 관객들의 까다로운 풍미를 사로잡을 것이다.
베테랑 연극인 김낙형의 아주 특별한 외도
연극 연출가, 독립영화 배우가 되다!
지역 현지인 캐스팅이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자연스런 연기로 <낙타는 말했다>의 주인공 주영광의 별난 아우라를 구현해낸 배우 김낙형. 그는 사실 연기가 아닌 연출로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역량을 인정 받고 있는 현역 연극인이다. 김낙형은 느릿느릿하지만 까칠한 말투, 투박한 광대뼈 얼굴에서 다양하게 묻어나는 표정들을 통해 영화 속 비루한 농촌 배경과 완벽히 일체가 되며 실제의 인텔리전트한 연극 연출가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냈다.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통제불능 캐릭터의 불가해한 매력은 배우 김낙형이라는 툴을 통해 펄떡거리는 100% 생짜 연기로 창조되고 구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김낙형은 극단 죽죽 竹竹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 배우, 극작가를 넘나드는 말 그대로 전천후 연극인이다. 특히 지난해 연출작인 실험극 <맥베드>는 2008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08 한국연극 선정 연극부문 공연 베스트 7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연극으로 격찬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2009 국립극장페스티벌 국내우수작으로 선정, 앵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제21회 카이로 국제 실험극 연극제에서도 대상 수상의 쾌거를 올렸다. 또한 대학로 최고의 인기 기획 프로그램인 ‘연극열전 3’의 오프닝작 <에쿠우스>로 첫 연극 연출에 도전하는 배우 조재현의 협력 연출가로도 활약하는 등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HOT한 연극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렇듯 연극 연출가로서 성공한 그가 선뜻 신인감독의 그것도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배우 김낙형은 친분이 있던 조규장 감독으로부터 ‘형이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나리오’ 라며 반 협박으로 제안 받은 것이 단초가 되긴 했지만, 결국은 탄탄한 구성과 묵직한 주제의식의 시나리오 그리고 무엇보다 범상치 않은 주영광 캐릭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캐스팅 수락의 소회를 밝혔다. TV와 영화를 넘나든 배우로 유명하지만 극단 파크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였던 故 박광정, <고고70>, <작은 연못> 등에 출연한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 민복기, <생활의 발견>, <너는 내 운명>, <괴물>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학선 역시 연극 연출가이자 극단의 대표인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이런 선배들의 전방위적인 활동처럼 연극인 김낙형의 이번 독립영화 배우로서의 외도가 특별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겸업 가능한 영역일지는 오는 11월 12일,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웃긴 놈’, ‘나쁜 놈’, ‘불쌍한 놈’
관객, 전대미문의 비루한 난봉 캐릭터를 만나다!
<낙타는 말했다>의 주인공 주영광은 선인 혹은 악인으로 딱히 규정지을 수 없는 인간성은 물론 도무지 맥락을 알 수 없는, 한마디로 밑도 끝도 없는 성격의 인물이다. 갈치 장사인 주제에 전혀 상관없는 업종인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갈치를 사라고 닦달하는 막무가내 생떼 형 인간이며, 새 가족이 된 의붓딸에게 돈 벌어서 ‘컴퓨터 사줄까? 인터넷 사줄까?’ 라고 물어볼 만큼 일자무식 혹은 순박하기 그지없는 ‘웃긴 놈’이다. 그러나 수가 틀어져 한번 꼭지가 돌아가면 온갖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난장판을 벌이기 일쑤고, 식구에게도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난봉쟁이 ‘나쁜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 아내는 물론 친형제들에게마저 갖은 무시를 당하고, 인생역전의 유일무이한 기회라 여긴 지역 재개발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 부동산 업자에게 내팽개쳐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생막장이라는 생각도 드는 ‘불쌍한 놈’이다.
이렇듯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 주영광의 파란만장한 사건사고를 목도하고 있노라면, 배꼽 잡는 웃음이 일다가도 어느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때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는 스멀스멀 쓰디쓴 연민의 감정이 복받쳐 오는 이상야릇한 경험과도 직면할 수도 있다. 난봉꾼 주영광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야말로 독불장군처럼 자신의 직관에 의해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인물로, 관객하고의 그 어떤 내밀한 교감도 거부하는 거친 캐릭터다.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의 인물들에게 몰입되어지기 혹은 이입되어지기를 진심으로 원치 않는 것처럼 주인공을 그저 관망할 뿐이다. 그러므로 사실 관객은 이 4차원 난봉 캐릭터의 행동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그 같은 선택을 하는 지 명확한 단초를 제공하지 않는 까닭이다.
집착과 충동에서 비롯된 비루한 개인의 삶조차도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인 함의 혹은 기준으로 재단되고 정의 되는 세상. <낙타는 말했다>는 결국 인간이 만든 그런 세상의 시스템 속에 가려지고 매몰된 개인의 삶에 대해 내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무어라 규정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통해서 말이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스크린 속 세상
영화, 재개발과 도시화 속 인간군상들을 캐스팅하다!
감옥에서 출소 후 주인공 영광이 도착한 고향은 소도시 외곽의 조그만 시골 마을. 몇 발자국만 걸어나가도 전원이 펼쳐지는 이곳은 그 누구든 새 인생을 꾸릴 적소의 공간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도시화가 한창인 곳이다. 주영광의 발길을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고향의 실체는 재개발의 미명하에 각기 다른 욕망의 이전투구의 장이나 다름없다. 길거리 곳곳에 내걸린 재개발 반대의 현수막 아래로는 재개발로 한몫 챙기려는 부동산 점포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들과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무장하고 밀어 부치는 자본가들의 압력은 결국 지역민들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기대와 욕심을 부추기며 끝없는 욕망의 늪에 빠뜨리고 만다.
<낙타는 말했다>의 주인공 영광도 후배 종만의 꼬임에 빠져 부동산 투기에 어머니가 남긴 제 몫의 유산을 쏟아 붓는다. 그 후 그의 일상은 자신이 산 땅을 유지하기 위한 위장과 큰돈을 얻게 되면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고민만이 가득할 뿐이다. 조규장 감독은 오로지 인생한방을 노리는 주인공 주영광과 더불어 재개발과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마을의 인간군상들의 욕망을 세밀하게 포착해 현실보다 더 리얼한 스크린 속 세상을 재현해냈다. 특히 이 사회가 만든 시스템이라는 커다란 덫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낙타는 말했다>는 현실만큼이나 리얼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