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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슈퍼파워, 중국을 주목하라

<소피의 연애매뉴얼>

최근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2009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수익 순위 10위권에 든 나라들을 발표했다.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뉴스 기사의 아래에 숨겨서 말이다. 상영된 영화의 국적에 상관없이 순위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여 매겨졌다.

1위는 북미로 총수익이 54억달러가 넘는다. 2위는 북미보다 훨씬 적은 9억9090만달러를 기록한 일본. 그 다음은 차례대로 영국이 8억2400만달러, 독일이 5억9900만달러, 프랑스가 5억7600만달러, 호주가 4억8650만달러, 이탈리아가 4억5480만달러, 스페인이 4억1830만달러, 한국이 3억7570만달러, 마지막이 중국으로 3억302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이 순위에 든 것은 2002년 이후 박스오피스 수익이 25% 정도로 꾸준히 성장한 덕분이다. 지난해 중국의 박스오피스 수익은 30% 증가했으며 2009년에는 연간 수익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필름그룹 회장 한산핑은 10년 뒤 중국 박스오피스 수익이 5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중국은 400편이 넘는 장편영화를 만들었고, 2009년의 제작편수는 이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의 상영관 수는 현재 4100여개에 이르고 매일 평균 1.6개의 새 상영관이 문을 연다. 이 수치는 인구 8천명당 상영관이 하나씩 있는 미국에 비해 낮은 수치로 인구 33만명당 상영관이 하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할리우드가 왜 그처럼 중국시장에 들어가려고 애쓰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올여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6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 웬만큼 자리를 잡으면 할리우드의 글로벌 수익을 수십억 단위로 증가시킬 만한 잠재성을 갖기 때문이다.

중국 개봉 17일 만에 <과속스캔들>은 19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여름에 좀더 일찍 개봉한 <해운대>는 20여일간 120만5천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과속스캔들>은 6월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 경쟁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이름을 높인 덕을 봤다. 두 영화를 합쳐 3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인데, 이것은 2009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의 0.4% 내지 0.5%에 이르는 수치다. 박스오피스 수익이 실제로 한산핑 회장이 예측한 대로 증가한다면 한국영화가 일년에 제한적으로 두편만 개봉한다고 해도 10년 안에 중국 내 시장규모인 51억달러의 0.4% 내지 0.5%를 차지하게 된다. 무려 2천만달러 이상에 이르는 수익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중국과 공동제작한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올여름 중국에서 1300만8천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것은 전체 시장 수익의 2%다. 그 자체로도 꽤 성공적이지만, 만약 중국시장이 예측한 대로 성장한다면 전체 시장 수익의 2%는 2019년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1억달러가 된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처럼 작은 규모의 영화가 1억달러의 수익을 거둔다면 CJ의 영화제작 중심은 중국시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CJ의 영화가 펑샤오강의 로맨틱코미디 <비성물요>처럼 지난해 박스오피스에서 거둔 성공적인 수익 4800만달러(시장의 7.5%)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다면? 2019년이라면 이 수치는 3억8350만달러라는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수치에 이를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제작과 배급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한국 영화사들이 영화제의 게스트로조차 중국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10년 뒤에는 영화시장에 두개의 슈퍼파워(미국과 중국)가 있게 될 텐데, 그중 오직 하나(중국)만이 한국영화계에 승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