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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라 제테>에 바치는 오마주
주성철 2009-11-10

<초대>의 유지태 감독

이젠 ‘감독’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은 유지태가 <초대>라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감독이라 불리는 게 어색하다며 현장에서도 그냥 ‘지태씨’라 불러주는 게 가장 편하단다. 이미 오래전 연기는 물론 학업을 병행하면서 연출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는 단편 <자전거 소년>(2003)으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이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와 <나도 모르게>(2007) 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영화를 만들더라도 최대한 사람들에게 덜 알려지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그는 유지태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 없이 꾸준히 자기만의 영화세계를 매만져왔다.

<초대>는 한 패션잡지사의 제의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화보 중 하나를 단편영화 형식으로 만들고자 했고 그에게 화보 출연 겸 연출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진 <자전거 소년> 이전에 습작처럼 두편의 단편을 만든 적 있고 직접 출연도 했지만 <초대>는 사실상 그가 직접 출연한 첫 번째 단편영화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와 동시에 패션화보 형식을 따르되 어떻게 좀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크리스 마르케의 단편 <라 제테>(1962)를 떠올리게 됐다. “<라 제테>는 정지된 화면에 내레이션을 삽입해 만들어진 일종의 다큐 작품인데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초대>도 후반부에 잠깐 정속으로 나오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사진으로 완성한 작품”이라며 “<라 제테>에 오마주를 바치는 기분으로 만든 영화”라고 말한다.

그외에도 <초대>는 단편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인상적인 모티브들이 복잡하게 혼재된 작품이다. “유리를 타고 흐르는 물의 이미지 같은 것은 닐 조던의 영화를 떠올려봤고, 불만에 가득 차 살인 충동에 휘말리는 인물들의 모습은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덧붙인다. 그렇게 파편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것 같던 두 주인공이 정상의 속도로 서로에게 손을 건네는 결말도 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앞서 만든 세편의 무드와는 사뭇 다른 <초대>는 감독 유지태가 계속 새로운 시도로 묵묵히 자기 걸음을 걷고 있다는 증명과도 같은 작품이다.

<초대>는 어떤 영화?

한 여자(엄지원)와 한 남자(유지태).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이지만 느끼는 것은 비슷하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피곤하고, 주변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거짓말들에 신물이 난 상태며, 가끔은 위험하지만 누군가를 죽이는 상상마저 한다.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마음의 여유는 없다. 그렇게 두 사람 모두 무미건조한 삶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고 있다. 정지된 화면의 사진과 내레이션으로만 펼쳐지는 <초대>는 올해 일본 쇼트쇼츠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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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