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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물의 고전 <가메라> 보러 가자
정재혁 2009-11-04

제6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11월11일부터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메가박스일본영화제가 벌써 6회째다. 초기엔 일본 인디영화의 흐름을, 이후엔 만화, 코미디, SF 등 일본영화 특유의 개성에 초점을 맞추며 국내에 다양한 일본영화를 소개해온 메가박스일본영화제가 올해도 11월11일부터 15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열정’이란 주제 아래 모두 16편의 작품이 모였다. ‘시리즈’와 ‘신작’ 두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며 상영작 대부분의 감독이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시리즈’와 ‘신작’. 영화제의 의도는 명확하다. 수십년에 거쳐 지속되는 일본의 시리즈물을 통해 일본영화 특유의 힘을 보여주고, 2009년에 제작돼 개봉한 작품들을 통해서는 최근 일본 대중영화에서 가장 새롭게 제기된 화두를 소개한다는 거다. 그간의 영화제가 일본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놀이의 반복이었다면 올해는 두개의 서로 다른 섹션을 통해 그 과제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리즈’ 섹션은 눈길을 끈다. 영화제가 선정한 <가메라> 시리즈와 <소년우연대> 시리즈는 일본영화의 큰 장르라 할 만한 괴수영화와 청춘물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마저 탐내는 일본의 괴수영화와 다양하게 변주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청춘물의 어떤 원형을 이번 영화제를 통해 포착할 수 있을 거다.

아이들이 사랑한 가메라의 매력

<가메라2 레기온의 습격>

우선 <가메라> 시리즈는 <고질라> 시리즈와 비견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도호의 <고질라>, 가도카와의 <가메라>라 할 정도로 두 괴수영화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가메라> 시리즈는 1965년 <대괴수 가메라>를 시작으로 1970년까지 매해 한 작품씩 만들어졌고, 1980년 <우주괴수 가메라>를 마지막으로 ‘쇼와 시리즈’를 마친 뒤에는 1995년부터 ‘헤이세이 시리즈’가 다시 제작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모두 12편. 수차례 만화로 연재되기도 했으며, 게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실 <가메라> 시리즈는 <고질라> 시리즈가 일으킨 괴수영화의 붐을 타고 기획된 작품이기도 한데, 대다수의 영화사들이 그저 <고질라> 흉내내기에 바빴던 것과 달리 <가메라>는 작품 특유의 개성을 살려 흥행에 성공했다. 가메라의 유머러스한 디자인이랄지, 독특한 비행능력은 관객의 마음을 샀고, 시리츠 초기부터 내세웠던 ‘아이들의 편’이란 주제는 많은 어린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12편의 <가메라> 시리즈 중에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는 건 1995년 이후 만들어진 ‘헤이세이 시리즈’ 작품 3편이다. 모두 <데스노트>로 유명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작품인데 ‘쇼와 시리즈’와 달리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1995년작 <가메라 대괴수 공중작전>은 1만2천년 전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갸오스와 가메라의 대결을 그리며, 다음해에 만들어진 <가메라2 레기온의 습격>은 갑자기 출현한 이생물 집단과 어린이, 가메라의 대결을 담았다. <로렐라이> <일본침몰>로 알려진 히구치 신지 감독이 특수촬영 감독으로 참여해 이전 시리즈 작품들과는 다른 차원의 스펙터클한 화면을 보여준다. 나머지 한 작품은 1999년 개봉작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역습>으로 이 영화는 중학생 소녀가 전설의 괴수 이리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앞의 두 작품의 결말에 상응하는 작품으로 인간 문명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또 다른 시리즈인 <소년우연대>는 최근의 <고쿠센> <루키즈> 등 불량 청소년들의 청춘담과 함께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나카바 리이치의 자전적인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1996년 <박치기!>로 알려진 이즈쓰 가즈유키의 연출로 처음 영화화됐다. 그 작품이 <소년우연대>(Boys Be Ambitious). 이후 이 시리즈는 2000년까지 모두 4편이 만들어졌으며, 번외편 시리즈도 제작돼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편이 공개됐다. <소년우연대>는 매번 다른 감독이 연출했음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동일하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식이라 극중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이즈쓰 가즈유키의 <소년우연대>와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1997년작 <소년우연대 핏빛 순정편>, 그리고 와타나베 다케시의 2000년작 <소년우연대 야구단 기시와다 소년 야구단>이다. 영화는 싸움질만 일삼는 주인공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소년우연대 핏빛 순정편>에선 이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소년우연대 야구단 기시와다 소년 야구단>에선 야구단을 배경으로 한 꿈과 현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청춘물의 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신작 섹션 작품 중에는 개막작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미우라 시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꿈과 삶을 마주하는 소년의 이야기다. 영화는 부상으로 육상을 포기했던 하이지(고이데 게이스케)와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카케루(하야시 겐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기도 한데 잃어버렸던 꿈과 희망을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다시 찾아내는 과정이 힘있게 그려졌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팀파니 주자 고이데 게이스케, <배터리>의 하야시 겐토가 출연하며, 일본에서는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비슷한 청춘영화로는 무라마쓰 마사히로 감독의 <스랙커즈>도 있다. 야구에 꿈을 품고 야구 명문고에 입학한 소년이 악의 소굴로 변해버린 학교에서 불량학생들과 야구부를 부활시킨다는 스토리의 이 영화는 <고쿠센> <루키즈> 시리즈 등을 연상시킨다. 일본 청춘영화의 영원한 테마인 꿈, 열정을 생동감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로 살려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수호천사>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고하쓰 요의 <성을 쌓아라>는 1996년 산페르난도국제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자신의 동명 단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의 개발 위주 정책에 의해 변해가는 도시에 전국시대 무사가 나타나 주민들과 함께 성을 쌓아 나가는 이 영화는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하며 다소 진부한 교훈극이 되긴 했지만 감독 특유의 아이디어를 감각적인 리듬으로 연출했다. 미키 사토시 영화에 자주 출연한 여배우 후세 에리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작품. 이외에도 소심한 중년 샐러리맨이 한 여고생과의 만남을 계기로 용기를 찾아간다는 내용의 <수호천사>, 히키코모리로 30년 넘게 산 남자가 강아지와의 관계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주제의 <강아지 마메시바> 등은 일본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은둔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다. 이와지 순지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구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신작 <오토나리~사랑의 전주곡>도 챙겨볼 만하다. V6의 오카다 준이치, <시효경찰>의 여주인공 아소 구미코가 출연한 이 영화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진작가와 플라워 디자이너 지망생이 소리로 서로를 알아간다는 이야기다. <무지개 여신>의 잔잔하고 애틋한 로맨스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야마모토 히로시의 출연작 <동정방랑기>, 연애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열정>, 모리시타 히로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옹사카 햄릿>, 일본 농아연맹 창립 60주년 기념작 <굴거리 나무> 등도 관객을 찾는다. 일본영화의 힘과 트렌드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메가박스일본영화제의 티켓은 메가박스 홈페이지(www.megabox.co.kr), 맥스무비 홈페이지(www.maxmovie.com)에서 구할 수 있다. 좀더 자세한 사항은 메가박스일본영화제 공식 블로그(www.j-meff.c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