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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만으로는 부족한 스릴러 <샘스 레이크>
김도훈 2009-10-28

synopsis 샘(페이 매터슨)은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아픔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어린 시절 고향 호숫가로 간다.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샘의 호수(Sam’s Lake)에서 휴양을 즐기던 샘은 어린 시절 친구인 제시(윌리엄 그레고리 리)를 우연히 만나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야밤에 캠프파이어를 즐기던 친구들과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던 샘은 호숫가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을 하나 들려준다. 오래전 정신병원에 수감된 한 10대 소년이 몰래 돌아와 자신의 가족을 잔인하게 몰살하고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다.

시놉시스를 쓰는 양이 고정되어 있는 까닭에 본문에 줄거리를 조금 더 밝혀야겠다. 영화에 쓸 만한 이야기가 워낙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가 시나리오의 중반 즈음의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줄거리를 좀더 읊어보자. 샘과 친구들은 10대 소년의 참혹한 존속살인이 벌어졌던 집으로 담력체험을 간다. 이들은 벽난로 속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숨겨져 있던 살인마의 일기를 발견한다. 친구 중 한명이 일기장을 읽기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살인마는 옆 마을에서 결혼을 해 쌍둥이 남매를 낳았고, 그들을 자신처럼 흉포한 살인마로 길렀다. 그리고 쌍둥이 남매의 이름은 바로….

쌍둥이 남매의 이름이 밝혀지는 순간 <샘스 레이크>는 일대 반전을 맞이한다. 한자리에서 일기장을 읽던 친구 중 두 사람이 바로 살인마에 의해 살인마로 길러진 남매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예기치 않은 섬뜩함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함께 산장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던 등산객 친구들이 사실은 오래전 사고로 죽은 유령들이었다고 밝혀지는 오래된 한국의 괴담이 주는 효과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13일의 금요일>식 캠프파이어 난도질 영화처럼 흘러가던 영화는 이제 <서바이벌 게임>(1972)을 연상시키는 산악스릴러로 변모한다.

문제는 재미있는 반전을 도움닫기로 뛰어올라야 할 영화가 오히려 끝없이 하강을 시작한다는 거다.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한때 친구였던 살인마에게 쫓긴다는 설정은 여러모로 쓸모있는 서스펜스와 액션을 제공할 법도 하다. 하지만 신인인 앤드루 크리스토퍼 에린은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내는 데 거의 아무런 재능이 없어 보인다. 신인배우들의 엉터리 연기도 한몫한다(아무리 그래도 살인마를 연기하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이래서야 되겠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기로서니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좋은 호러스릴러를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샘스 레이크>는 이미 구로사와 기요시의 <로프트>를 공동 제작한 바 있는 (주)미로비젼이 처음으로 제작, 투자한 할리우드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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