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청춘이 있다. 모두 어딘가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연령이 6살인 하늘은 하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고, 새엄마와 매일 부딪치며 말다툼하는 바다는 좋아하는 노래도 그만뒀다. 하룻밤 함께 논 여자에게 전 재산 800만원을 도둑맞은 진구는 절도의 유혹에 빠진다. 영화는 온전치 못한 청춘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방황하는 젊음을 그리려 한다. 가정불화, 돈, 질병이 원인이다. 하지만 그 결론이 매우 성급하다. 아니 오히려 결론을 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인상이 든다. 순진무구한 우정, 사랑, 믿음으로 <하늘과 바다>는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이리저리 방황하며 모나게 살았던 바다와 진구가 하늘의 한결같은 웃음에 감동한다는 결말이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늘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요정나라’다. 서번트 증후군 환자가 사는 집은 천장과 벽이 별과 구름, 꽃 등으로 장식된 동화 속 공간이다. 하늘은 그녀의 애묘 비틀즈와 대화하고 바이올린이 살아났다며 혼자 좋아한다. 하늘이란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이게 너무 단순해 성의가 없어 보인다. 바다, 진구의 고민을 받아줄 수 있는 가장 용이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저 장나라를 위한 장면이란 생각도 든다. 특히 혼잣말을 하며 음악 세계에 빠져 사는 하늘의 모습은 뮤직비디오 몇 토막을 잘라 붙여놓은 인상도 준다. 중국 대륙을 타깃으로 한 장나라 관광상품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다. <하늘과 바다>는 낡고 낡은 청춘의 진부한 고민을 가져와 그저 늘어놓기만 한다. 세명의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주위 사람과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가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보다 필요한 사건의 원인을 가져다 끼워맞추듯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나마 매력적일 수 있었던 진구 캐릭터 역시 성급하게 봉합된 결말 속에 안타깝게 사라져버린다. 웃음과 음악이라고 뭐든 해결해주는 건 아닌데, <하늘과 바다>는 이 착각에 빠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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