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은 탈락했고, 장나라는 올랐다. 대종상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을 촉발시킨 대목이다. 네티즌은 1천만영화의 배우를 제치고 개봉도 안 한 영화의 배우가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놀랐고, 출품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대종상영화제의 전력이 불을 붙였다. 1994년 32회 때는 <증발>을 출품한 신상옥 감독이 심사과정에서 외부압력이 작용했다며 시상식 당일 보이콧을 선언했다. 34회의 <애니깽> 파문은 대종상영화제를 존폐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개봉은 물론이고 시사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심 당시 스크린에 붐마이크가 수차례 등장했던 영화가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난 것이다. 명예롭지 못한 전력은 곧 멍에다. 지난 2001년 <하루>가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을 때도(당시 최고흥행작인 <친구>는 한개의 상도 받지 못했다), <질투는 나의 힘>의 배종옥은 탈락했지만 <오! 해피데이>의 장나라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지난 2003년에도 사실여부를 떠나 논란은 지속됐다.
이번 논란에서 왜 개봉도 안 한 영화가 후보에 올랐냐는 의문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영화제쪽은 “2008년 5월1일부터 2009년 9월4일까지 제작 완료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필한 한국영화로서 극장에서 상영됐거나 상영 중 혹은 예정된 영화에 한한다”는 출품규정을 내세웠다. 하지원이 왜 떨어졌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해운대>와 <내 사랑 내 곁에> 양쪽으로 표가 나뉘어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영화제에 비해 품이 넓은 출품규정과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운 선정규정이 낳은 결과일 뿐이란 얘기다. “규정 자체의 시정을 요구하는 게 합리적이지, 규정에 정당하게 출품된 작품이나 연기자에 대해 공격하는 건 부당하다”는 장나라의 아버지이자 매니저인 주호성씨의 말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의문은 대종상영화제의 취향일 것 같다. 대종상영화제는 왜 <친구>보다 <하루>를 더 좋아했을까, 왜 <질투는 나의 힘>의 배종옥보다 <오! 해피데이>의 장나라를 더 좋게 봤을까. 그들에게 <하늘과 바다>는 어떤 영화로 보였을까. 이번 대종상영화제 예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이번 논란이 “심사위원 구성과 다수결 규정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며 “심사를 하면서도 이런 논란이 나올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고 말한다. 예심에서 <하늘과 바다>는 일찌감치 여러 부문의 후보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연령안배를 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대부분이 원로 영화관계자더라."
대종상영화제를 주최하는 곳은 영화인협회다. 영화계 원로들의 단체인 만큼 대종상영화제 또한 원로영화인들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멍에의 원인은 그들의 취향이 관객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규정을 바꾼다거나, 매회 논란이 일어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종상영화제가 한국의 대표 영화시상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심사위원 구성과 엄정한 심사가 필요하다. 과거에 쌓은 명예를 놓아야, 멍에도 사라질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