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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삶 속의 거친 세 남자 <부산>
장영엽 2009-10-14

synopsis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 김강수(고창석)는 직업소개소 사장이지만 그가 주로 하는 일은 노름질이며 그 덕분에 빚쟁이들에게 쫓기기 일쑤다. 18살 아들 김종철(유승호)은 병에 걸려 있지만 늘 씩씩하다. 헛된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그런 둘은 늘 싸우게 마련이고 아들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기만 하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딘가 아들에게 정이 없는 것 같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한편 유흥업소의 여자들을 관리하는 깡패 조태석(김영호)이 또 한명의 주인공이다. 그의 사업은 요즘 난항 중이며 신흥 조직이 세를 뻗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세 사람의 인연이 밝혀진다.

<부산>은 극중 두개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게으르고 험악하고 몰인정하기까지 한 아버지와 자상하고 씩씩한 18살 아들이 잡음으로 얼룩진 생활을 살아내는 것이 한축이고, 또 한축은 십여년이 넘도록 기세등등한 깡패 생활을 하다가 이즈음 신흥 세력에 의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두머리 깡패의 상황이다. 영화는 이 두 부류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쪽에서 시작하여 한 극점에서 만나게 하는데, 아버지가 곤경에 처하자 별안간 그들 부자의 이야기가 깡패의 이야기와 접합되며 새로운 국면을 낳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두 부류가 맺어지는 사연을 밝히기 전까지 부자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그저 그런 뻔뻔한 노름질 장면과 그를 쫓는 사채업자들이 내뱉는 재미없는 말장난으로 곧잘 채워져 이미 싱겁다. 추락하는 깡패의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격정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너무 많이 보아온 감정이고 새로운 방식으로도 시도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한다. 한 시간여를 그렇게 서로의 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놀라게 하려는 듯 갑자기 비밀을 밝히는데, 이 비장한 비밀조차 다소 상투적이어서 굉음을 잃어버릴뿐더러 비밀이 밝혀지는 그 순간도 공감할 만한 준비 없이 갑자기 도착한다.

<부산>은 김영호라는 시적 감성으로 넘치는 뛰어난 배우에게 그 능력을 발산할 만한 장면을 배려해주지 않는 것 같다. 반면 고창석이라는 유쾌하고 능동적인 배우는 무언가 동어반복의 캐릭터에 갇혀 있다. 그리고 유승호가 누나들의 로망일 수는 있겠으나 이 영화를 구하지는 못한다. <부산>이 모난 삶 속의 거친 세 남자에게 초점을 맞춘 뒤 그들 사이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풀어내려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성기게 엮여 납득하기 어려운 기획처럼 보일뿐더러 가족애의 실패한 전파처럼 느껴진다. 하류인생들의 공감할 만한 극화이기를 기대했는데 그러기에는 많이 둔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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