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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그린 토마토로 도전해보시라
박찬일 2009-10-07

오래전 이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도대체 이 엉터리 기억회로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아메리칸 퀼트>를 짬뽕시킨 이미지를 이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로 알고 있었다. 어쨌든 막상 DVD를 돌리면서는 또 다른 기시감이 떠올랐는데 그건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동성애 코드- 물론 원작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뉘앙스로만 그칠 뿐 우정으로 처리된다- 의 두 인물의 사랑과 우정의 전말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델마와 루이스>가 개봉돼 크게 히트쳤던 기억이 있는데, 스스로 운명을 제어할 수 없었던 두 여자의 슬픈 역사에 관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에블린은 숙모를 간호하기 위해 양로원에 드나들다가 니니라는 할머니를 알게 된다. 그녀에게서 오래전 미국 남부에서 있었던 두 여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1930년대 초반 미국 남부, 한 가문의 말괄량이 딸 잇지는 우연한 사고로 사랑하는 오빠를 잃고 더욱 비뚤어진다. 사고 당시 오빠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루스가 있었는데, 결국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루스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중 우연히 잇지와 다시 인연의 끈을 잇고, 서로 깊은 우정을 느끼게 된다. 남편에게서 도망쳐 와서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기차역 앞에 ‘휘슬 스탑’이라는 카페를 차리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이때 주 메뉴가 바로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이들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이 시기에도 흑인에게 음식을 팔아 백인의 원성을 사고, 결국 KKK단의 습격까지 받게 된다. 이 무리에 루스의 남편 프랭크도 끼어 있었고, 두 여인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린 토마토 튀김은 미국 남부의 솔푸드쯤 된다. 대개의 솔푸드가 그렇듯이 요란한 요리법은 없다. 그린 토마토를 썰어 남부 지방에 흔한 옥수수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겨내는 요리다. 원래 이처럼 단순한 요리에 사람들은 추억을 담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붉은 토마토로 튀기면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신맛이 나고 물이 많아 튀김에 적당하지 않다. 봄에 그린 토마토를 보게 되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영화의 중요 요리 중 하나는 남부의 전통적인 바비큐인데, 당연히 정확하게 고증했을 근사한 바비큐 화덕이 나와서 눈요기가 된다. 바비큐란 원래 간접 열로 천천히 요리한다는 의미인데, 그걸 증명하듯 쇠꼬챙이에 꿰어 걸 수 있도록 높게 만든 진흙으로 갠 화덕이 등장한다.

<미저리>의 잔상이 워낙 강하게 남아 영화 초반 몰입에 방해가 될 지경이었던 캐시 베이츠의 갱년기 여성 연기가 압권이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도 출연한, 니니 할머니 역의 제시카 탠디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그녀는 1994년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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