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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대작] 3. 2012
김용언 2009-09-22

미국이 노아의 방주를 만든다고?

2008년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지구 종말 2012>는 어지간한 납량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웠다. 고대 예언서(무녀 시빌레)에서 현대 문물(컴퓨터 프로그램 웹봇의 불길한 예언 혹은 NASA의 온갖 발표)에 이르기까지 2012년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온갖 주장이 조목조목 소개됐다. 예를 들어 주술가이자 과학자였던 마야인들이 별자리의 흐름에 기반해 만든 달력은 몇 천년 뒤의 개기월식과 일식 날짜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런데 이 달력은 정확하게 2012년 12월21일에 끝이 난다. 더이상의 달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야인들은 이날 지구, 태양, 은하계의 중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이른바 ‘2만5800년 만의 그랜드 크로스’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할리우드가 이 군침 도는 소재를 아주 모른 척했던 건 아니다. <나는 전설이다>나 <데스 레이스> 등 ‘문명 종말 그 뒤’를 다루는 영화에서 2012년을 명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이 나서기 전까지, 이 불길하고도 찜찜한 숫자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만큼 담력 센 사람은 없었다. 누구냐고? 당연히 롤랜드 에머리히다. 그는 외계의 침입(<인디펜던스 데이>), 괴수의 출현(<고질라>), 기상이변에 의한 빙하시대의 도래(<투모로우>) 등 다종다양한 액션스릴러와 멸망의 상상력을 접합해왔다. 그리고 이번엔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영화 <2012>를 완성했다. 이야기인즉 마야인들이 예언했던 2012년의 북반구 동짓날 실제로 전 지구적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한다. 지진, 화산 폭발, 해일 앞에서 인간과 그들의 문명은 너무나 무력하게 바스라진다. 예고편에 등장한 그 유명한 장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신과 아담의 맞닿은 손가락은 천장의 균열로 쩍 갈라진다.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인류 보존을 위한 거대한 배(아마도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SF소설가 잭슨(존 쿠색)은 전처 케이트(아만다 피트)와 아이들을 그 배에 승선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에머리히도 또다시 재난영화를 만드는 것에 처음부터 열광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백악관 때려부수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동료 해럴드 클로저와 함께 <2012>를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그를 사로잡았던 단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백악관 위로 쓰러지는 항공모함 JFK. “흠, JFK가 백악관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그건 괜찮은데?”

UP 인류 멸망 시나리오 중 현재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자연재해의 총집합 세트다. 쓰나미와 태풍 카트리나, 쓰촨성 지진 등을 경험한 지금, 이 영화는 현재진행형으로 느껴진다.

DOWN 전 지구적 재앙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고편의 스케일이 숨막히게 생생하다. 그런데 혹시 본편에서 그 장면이 다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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