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회 베니스영화제의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의 레드카펫 참석을 비롯해 수상작에도 최근 국제영화제의 출품작에서 자주 엿보이는 이슈인 세계 정세의 물살이 크게 반영된 듯합니다. 황금사자상은 이스라엘 감독 새뮤얼 마오즈 감독의 <레바논>에 돌아갔습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이스라엘 젊은 병사들의 시각에서 묘사한 반전영화로, 21살의 나이로 실제 전쟁에 참전했던 감독 자신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장 리안 감독이 ‘최근 이스라엘 미니-웨이브의 가장 대담하고 뛰어난 작품’으로 이 영화의 완성도를 전달합니다.
은사자상에 해당하는 감독상은 이란 출신의 감독 시린 네샤트가 수상했습니다. 1953년 CIA를 배후로 한 이란의 쿠데타에 참여한 네 여자의 삶을 그린 <남자 없는 여자들>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뛰어난 요리사를 고용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독일계 터키 감독 파티 아킨의 <소울 키친>에 돌아갔습니다. 황금사자상으로 기대를 모았던 토드 솔론즈의 <전쟁 기간의 삶>은 각본상 수상에 그쳤군요.
남우주연상은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에서 동성애자 대학교수로 파격 변신한 <싱글 맨>의 콜린 퍼스에게, 여우주연상은 이탈리아 감독 주세페 카포톤디의 <라 도피아 오라>에서 호텔 웨이트리스로 분한 러시아 여배우 크세니야 라포포르트에게 돌아갔습니다. 남우주연상의 경우는 워낙 올해 화제작이었던데다 열연을 한 콜린 퍼스의 수상이 일찌감치 점쳐졌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영화가 여전히 다수 출품되었지만, 올 베니스의 승자는 이스라엘, 터키, 이란 등 제3세계 영화의 잔치로 맺음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