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짐 데이비스(크리스천 베일)는 LA 경찰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려 한다. 멕시코인 여자친구 마사와의 결혼도 꿈꾼다. 친구 마이크(프레디 로드리게즈)는 여자친구 실비아(에바 롱고리아)의 등쌀에 못 이겨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만 결국엔 짐과 함께 LA 거리를 돌아다니며 맥주와 대마초로 소일한다. 그러다 둘은 총을 손에 넣게 되고, 전쟁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짐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그들의 관계를 헝클어놓는다.
아무런 정보없이 <하쉬 타임>을 접하면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버디무비 같다가도 전쟁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짐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클로즈업해 보여줄 땐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려는 영화 같고, 거친 화면 속에 욕지거리를 우겨넣어 LA 슬럼가의 모습을 담아낼 땐 갱영화로 돌변할 것 같다. 가진 것 없는 무직 20대 남자의 한심한 작태를 보여줄 땐 정말이지 이 영화의 정체가 뭔지 의심스러워진다. 그리하여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제목처럼 거칠고 가혹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점 또한 <하쉬 타임>의 매력이다. 비선형적인 이야기 전개에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고, 그러면서 쌓이는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 우리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끝에 찾아온 결말이 시시하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수순을 밟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자꾸만 뒤이어 나올 장면이 궁금해지는 건 짐이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 때문이다. <퍼블릭 에너미>에서 그가 미국 남부 악센트를 능란하게 선보였다면 이번엔 F로 시작하는 단어를 수시로 남발하는 시시껄렁한 말투와 스페인어 실력을 자랑한다. 반듯하고 견고한 그의 외모만 생각해선 도대체 답이 안 나올 것 같은데 크리스천 베일은 캐릭터에 100% 녹아든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시나리오를 들고 크리스천 베일을 찾아갔을 때 그는 시나리오에 반해 출연 승낙은 물론 제작 총지휘까지 맡기로 했다. <터미네이터> <퍼블릭 에너미> <다크 나이트>를 찍기 한참 전인 2005년의 일이다.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역시 <트레이닝 데이> <분노의 질주>의 시나리오를 쓰기 한참 전 <하쉬 타임>을 썼고 이 영화로 감독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