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약혼녀가 죽었다. 반지도 끼워주지 못한 채 연인을 떠나보낸 앤더슨(제이슨 빅스)은 지난 1년을 은둔생활로 보냈다. 당연히 새로운 사랑도 찾아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를 소개받는 자리에서도 옛 연인과의 추억에 젖는 앤더슨은 이 세상에 더이상 완벽한 여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못한 친구가 밥먹다 말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 앤더슨은 식당을 둘러보다 서빙점원인 케이티(아일라 피셔)에게 말한다. “저랑 결혼해주실래요?” 난데없는 프러포즈에 케이티가 외친다. “네! 우리 지금 당장 나가요! 여러분, 저희 결혼해요!!!” 이들은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영화가 시작하고 5분 만에 한 여자가 죽는다. 남자친구의 프러포즈에 감동하다 못해 심장마비로 비명횡사한 앤더슨의 연인이다. 그리고 다시 5분 만에 새로운 여자가 청혼을 받아들인다. 전날 밤, 오랜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뒤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게 된 케이티의 충동적 선택이다.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의 요체는 이런 ‘변덕’이다. 이들은 충동적인 선택에 후회하다가도 다시 충동적인 사랑이 낭만이라 부르짖으며 결혼을 결심하다가 또 다시 후회한다. 앤더슨과 케이티만의 성격이 아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조증과 울증을 넘나든다.
영화가 무리수를 두며 부리는 변덕은 다른 원 나이트 스탠드 로맨스영화와의 차별성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처음 만나 보낸 하룻밤을 잊지 못하는 남녀와 처음 만나서 프러포즈를 하는 남녀들간에 차이는 없다. 충동에 후회하면서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게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그래서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아예 ‘충동적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앤더슨과 케이티만 변덕을 부리는 게 아니다. 그토록 증오하던 전남편이 막상 찾아오자 바로 현 남편을 등지는 케이티의 엄마, 앤더슨과 그의 친구들이 벌인 소동을 제압하다가도 다시 아름다운 프러포즈의 풍경에 감화되고 마는 경찰관들, 케이티에게 집착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은 그녀의 전 애인. 영화는 충동적인 사랑의 짜릿한 희열을 많은 인물들에게 심어놓고 그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려간다. 하지만 과감한 상황설정에도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워킹 타이틀이 일가를 이룬 결혼 못하는 남자의 성장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을 둘러싼 괴상한 친구들의 캐릭터도 워킹 타이틀의 친구들이다. 제이슨 빅스가 제일 자신있어 할 화장실 유머는 의외로 적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