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하고 5분 만에 한 여자가 죽는다. 남자친구의 프러포즈에 감동하다 못해 심장마비로 비명횡사한 앤더슨의 연인이다. 그리고 다시 5분 만에 새로운 여자가 청혼을 받아들인다. 전날 밤, 오랜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뒤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게 된 케이티의 충동적 선택이다.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의 요체는 이런 ‘변덕’이다. 이들은 충동적인 선택에 후회하다가도 다시 충동적인 사랑이 낭만이라 부르짖으며 결혼을 결심하다가 또 다시 후회한다. 앤더슨과 케이티만의 성격이 아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조증과 울증을 넘나든다.
영화가 무리수를 두며 부리는 변덕은 다른 원 나이트 스탠드 로맨스영화와의 차별성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처음 만나 보낸 하룻밤을 잊지 못하는 남녀와 처음 만나서 프러포즈를 하는 남녀들간에 차이는 없다. 충동에 후회하면서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게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그래서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아예 ‘충동적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앤더슨과 케이티만 변덕을 부리는 게 아니다. 그토록 증오하던 전남편이 막상 찾아오자 바로 현 남편을 등지는 케이티의 엄마, 앤더슨과 그의 친구들이 벌인 소동을 제압하다가도 다시 아름다운 프러포즈의 풍경에 감화되고 마는 경찰관들, 케이티에게 집착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은 그녀의 전 애인. 영화는 충동적인 사랑의 짜릿한 희열을 많은 인물들에게 심어놓고 그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려간다. 하지만 과감한 상황설정에도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워킹 타이틀이 일가를 이룬 결혼 못하는 남자의 성장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을 둘러싼 괴상한 친구들의 캐릭터도 워킹 타이틀의 친구들이다. 제이슨 빅스가 제일 자신있어 할 화장실 유머는 의외로 적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