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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파멸시키는 예뻐지려는 욕망 <요가학원>
김도훈 2009-08-19

synopsis 홈쇼핑 쇼호스트 효정(유진)은 미스코리아 출신의 건방진 후배의 등장으로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점점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잃어가던 효정은 동창회에 나갔다가 학창 시절 왕따였던 선화(이영진)가 아름다운 미녀로 탈바꿈한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선화는 효정에게 이름도 없고 간판도 없는 요가학원을 알려주며 그곳에서 일주일간의 심화수련을 받으면 완벽한 미녀가 된다고 말한다. 효정은 요가학원에서 다른 네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그들은 요가마스터 나니(차수연)의 지도에 따라 심화수련을 시작한다.

<요가학원>은 두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킨다. 하나는 다섯 여자들이 더 예뻐지려고 발악하다 죽어나가는 요가 심화수련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70년대 사라진 여배우가 어떻게 요가학원의 원장이 되었는가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다. 두 이야기는 각각 놓고 보더라도 논리적으로 불가해하고 매력이 없어서 연결도 의미가 별로 없다. 딱 한 가지 연결점이 있다면 ‘예뻐지려는 욕망이 어떻게 여자들을 파멸시키는가’라는 주제의식이다. 주제를 잘 살리려면 여성 캐릭터들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는 게 필요하다. <요가학원>은 여성 감독이 만들었음에도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하다. 캐릭터들은 그저 얄팍하고 멍청하다.

사실 효정이 요가학원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요가학원>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속 요가학원은 인도식 카페와 이탈리아식 가구 등이 마구 섞인, 극도로 양식화되고 과장된 무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수년 전 <장화, 홍련> 이후 우후죽순 등장해 한국 호러영화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벽지 공포영화’들과 똑같은 전략을 쓰겠다는 거다. 다리오 아르젠토식 인테리어의 저택 속에서 나태하고 재미없는 방식으로 여자애들을 죽이는 영화들 말이다(이를테면 <첼로>나 <인형사> <므이> 같은 영화들, 게다가 윤재연 감독의 전작인 <여고괴담3: 여우계단>도 그중 하나다). 시효가 지난 전략을 되살리겠다면 장르적인 재능이라도 있어야 한다. <요가학원>은 장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나 공포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장르 문외한의 영화에 가깝다.

여배우들은 아름답다. 연기도 아름다운 건 아니다. 그나마 연기다운 연기를 하는 건 조은지다. 다만 그녀도 문어체적이고 바보 같은 대사에 걸려서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다. 바비인형 다섯개를 구입한 뒤 목을 하나씩 부러뜨리는 걸 카메라로 찍어서 관람하는게 더 슬프고 무섭겠다. 스토리도 더 탄탄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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