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사이버 가상세계 ‘OZ’의 보안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천재수학 소년 겐지(????)는 짝사랑하던 선배 나츠키(????)의 부탁으로 시골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증조할머니를 비롯해 대가족이 있는 나가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척해달라는 부탁이다. 곤란함은 잠시뿐 겐지는 그의 가족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에게 날아온 숫자가 가득 찍힌 한통의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면서 OZ는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가상세계는 물론 현실세계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는 이 모든 사건의 주범으로 몰린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의 청명한 여름 공기와 인물들의 살랑거리는 반팔 옷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썸머워즈> 역시 흐뭇한 웃음부터 짓게 만들 작품이다. 그만큼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성은 지금의 호소다 마모루를 설명하는 모든 것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무려 40년도 더 된 1965년에 쓰여진 원작이고, 그 원작자인 쓰쓰이 야스타카가 굉장히 시니컬하고 하드보일드한 유머를 구사했던 작가임을 떠올려보면(물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말랑말랑한 축에 포함되지만) 오히려 호소다 마모루 자신의 개성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자칫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시간여행’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하이틴 애니메이션의 풋풋함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썸머워즈>도 마찬가지다. 제목부터 <스타워즈>스럽고 작품에서 묘사되는 현실세계의 위기는 도심의 교통신호가 마비되고 상하수도 시설 등 사회기반 시설이 올 스톱하는 등 마치 정부 네트워크 전산망 파괴로 <다이하드4.0>(2007)에서나 묘사되던 공황상태와 맞먹는다. 호소다 마모루는 그 위기가 불러오는 심각한 파장 그 자체보다 17살 소년과 27명의 대가족이 풀어가는 왁자지껄하고 판타스틱한 모험담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거기에는 <이웃집 토토로>(1988)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지브리 스튜디오에 몸담았던 미술감독 다케시게 요우지가 그려낸 시골 마을의 따뜻한 정취가 큰 역할을 한다. 그것은 고도로 진화된 사이버 네트워크의 세계와 극도로 대비된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가 그리려고 한 것은 눈부신 여름날의 성장 애니메이션이다.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적자’라는 얘기를 변함없이 듣는 이유에 대한 증거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