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수십만명의 신청자 중 인터넷 방송국 주최의 10억 상금 서바이벌 게임쇼에 기태(박해일)와 유진(신민아) 등 8명의 참가자가 초대된다. 바다, 사막, 밀림, 강으로 이어지는 육지 속의 무인도, 호주 ‘퍼스’에서 드디어 쇼는 시작된다. 하지만 뗏목 만들기로 시작한 첫회부터 게임은 이상하게 풀려간다. 첫 번째 탈락자 욱환(이천희)이 다음 미션 도중 시체로 발견된 것. 그것을 발견한 두 번째 미션의 탈락자 보영(고은아)도 장 PD(박희순)가 쏜 화살에 죽게 되면서 이 서바이벌 게임쇼는 마지막 생존자가 1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바뀐다. 매회 미션이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가운데 기획자인 장 PD는 게임쇼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은 채 참가자들을 끝없는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다.
8명의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10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다. 프리랜서 PD(박해일)도 있고 파트타임 알바생(신민아)도 있으며 고시생(정유미)에다 술집 호스티스(고은아), 증권사 직원(이천희) 등 출신부터 각양각색이다. 캐릭터가 천차만별인 만큼 각자의 사연을 들려줄 법도 한데 영화는 불쑥 사건부터 만들어간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면서 8명의 사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장하는 한 사람 오직 장 PD의 사연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넌지시 알게 된다. 게임의 정체를 드러내기 전부터 서바이벌 게임쇼 참가자만큼이나 관객을 혼란 속에 빠트려두는 건 꽤 효과적이다. 조민호 감독은 앞서 두 영화 <정글쥬스>(2002)와 <강적>(2006)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초반부터 규격없이 힘있게 밀어붙이는 능력이 뛰어나다. 두 영화에서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렸던 주인공들처럼 <10억>의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 했던 참가자들은 게임쇼의 룰이 와해되는 순간 돈에 눈이 먼 짐승들이 된다.
조민호 감독은 그처럼 인물들을 극한으로 내몰면서 영화적 재미를 끌어내는 사람이다. <10억>의 경우 서로 다른 8명이나 등장시키면서 그 재미를 극대화하려 했고, 그 무대 역시 광활한 호주의 퍼스를 택해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그런 로케이션의 묘미와 달리 서바이벌 게임 자체가 정말 영화 속 설정처럼 압도적인 조회 수를 자랑할 만큼 흥미로운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10억원을 차지하게 된다는, 말 그대로 ‘리얼 야생 생존 버라이어티쇼’를 추구하지만 TV쇼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과연 카메라맨 한명으로 모든 게 제작되는 이 서바이벌 게임쇼가 어필할 지는 미지수다. 장 PD는 이들을 왜 모았을까, 라는 스릴러적 구조와 별개로 충격적인 라스트에 이르기까지 뗏목 타기로 시작되는 첫회부터 게임쇼 자체는 그닥 흥미롭지 못하다. 스포츠영화라면 인물들의 사연이나 감동과 별개로 스포츠경기 연출 자체가 탁월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