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해변 같았다. 지난 주말 어느 멀티플렉스에서 경험한 영화 <해운대>의 관람 풍경이다. 살짝 해수욕장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시간대마다 매진이었는데,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참아줄 만했다. 문제는 영화가 중간쯤 지나서부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들이 줄줄이 들락날락거렸다. 팝콘과 함께 거대한 크기의 찬 콜라를 마셨으니 요의를 느끼는 게 당연했다. 콜라를 마시지 않은 우리집 꼬마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제때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됐고, 나 역시 결국 밖으로 나가 두리번거려야 했다. 영화가 끝날 때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마자 왁자지껄 퇴장이 시작됐다. 사람들의 에티켓만을 따질 순 없다. 멀티플렉스 문화가 원래 그렇다.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는 정반대다. 가끔 이 극장에 갈 때마다 낯설다. 일단 상영시간 직전에 입장하면 내부가 너무 밝다. 불이 환해 무슨 세미나 행사장에 온 듯하여 어색하다. 그동안 어둠에 너무 익숙했던 모양이다. 팝콘이나 콜라를 든 사람도 없다. 아예 팔지를 않는다. 광고도 어쩌다 한번 나온다. 아홉시뉴스처럼, 예정시간에 정확히 영화제목이 뜨기도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불을 안 켜줘 캄캄해서다. 다 끝나고 일어서라는 신호다. 알다시피 이 극장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예술영화들을 상영해왔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들이었다. 요즘은 <레인>과 <세비지 그레이스> 등이 걸렸다. 이 극장이 곧 사라진다고 한다. 2000년에 생겨났으니 만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셈이다. 극장을 공동운영해온 백두대간이 손을 떼는 모양이다. 8월까지만 씨네큐브라는 이름으로 연다고 한다. 예술영화전용관 계약이 끝나지 않아 내년 3월까지는 현재 상태가 계속되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른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씨네큐브는 ‘극장계의 <녹색평론>’처럼 보인다. 지속 가능한 미래의 대안을 말하는 그 허름하지만 고집스러운 잡지 말이다. 씨네큐브 말고도 여럿 있다. 미로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 씨네코드 선재, 필름포럼…. 한데 그들의 지속 가능한 미래란 참 쉽지 않다. 관객은 쉽게 멀티플렉스로만 가려고 한다. 작은 극장들의 고집이 꺾이는 일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아쉬운 이별은 또 있다. 이번호를 끝으로 두명의 기자가 떠난다. 한명은 멀리 떠나고, 또 한명은 가까운 곳으로 떠난다. 한명은 태평양을 건너고, 또 한명은 사무실 통로 하나를 건넌다. 안현진 기자는 ‘영화기록관리학’을 공부하러 미국 유학을 떠난다. 이영진 기자는 ‘새매체’를 준비하러 잠시 떠난다(잡지에서 이름은 가끔 볼 수도). 이들의 새로운 승부는 ‘지속 가능한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