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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트랜스포머2>의 역설적인 효과
문석 2009-07-06

최근 무서운 기세로 극장가를 독점하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선이 미묘하다. 6월24일 개봉한 <트랜스포머2>는 개봉 당일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평일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세웠고 첫 주말 동안 288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천만명까지는 몰라도 <트랜스포머>의 750만명 수준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개봉 첫주 예매 점유율 80~90%를 기록했던 <트랜스포머2>는 둘쨋주에도 60~80% 사이의 점유율을 올리면서 ‘장기집권’ 체제를 예고했다. 이 영화는 첫 주말 1214개(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스크린을 장악함으로써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성화시키고 있다.

<트랜스포머2>가 몰고온 바람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이와 맞상대하는 한국영화 진영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7월2일 개봉한 <킹콩을 들다>의 배급사 N.E.W.의 관계자는 “일단 2위가 목표지만 입소문을 타고 2주차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주말 스크린 확보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감도> <아부지> <차우> 등 <트랜스포머2>라는 태풍의 영향권에 놓인 한국영화의 입장도 비슷할 것. 이들 영화가 뜨겁고 치열한 여름 성수기 시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트랜스포머2>는 넘어뜨려야 할 거대한 상대인 셈이다.

올여름 최고 화제작과 맞서야 하는 영화인들의 심정이야 절박하지만, 의외로 충무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영화에 그닥 적대적이지 않다. 6월26일 메가박스를 시작으로 롯데시네마, CGV, 씨너스 등 멀티플렉스가 차례로 극장요금을 올리는 데 이 영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주요 멀티플렉스 중 가장 뒤늦게 요금 인상을 결정한 CGV의 이상규 부장은 “메가박스가 선도했지만 우리도 요금 인상은 추진하고 있었다. 관객이 충격을 가장 덜 느낄 시기가 여름 성수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폭넓은 관객을 확보한 <트랜스포머2> 개봉 때가 적절한 시점이라고 봤다”고 설명한다. “모든 건 콘텐츠의 파워”라는 영화산업의 속성에 걸맞게 요금 인상의 효과는 현재까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메가박스의 이정아 대리는 “요금 인상 뒤 1주일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요금 인상에 따른 관객 수 변동은 거의 없다. <트랜스포머2>의 강한 소구력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한다.

극장요금 인상은 일차적으로 극장의 필요에 따른 것이지만 또 다른 수혜자는 한국 영화인들이다. 최근 1년 동안 극장요금 현실화를 주장해온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차승재 회장은 “제작사의 수익 중 85%가 극장 매출에 의존하는데 이번 인상으로 15% 정도 좋아질 것이라 본다. 왜곡된 매출구조 하나가 정상화됐으니 부가판권시장까지 회복하면 한국영화는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결국 <트랜스포머2>는 충무로의 오랜 숙원을 이루는 계기를 만들어준 기특한 영화이자 한국영화의 점유율을 갉아먹는 라이벌도 되는 특이한 존재가 됐다. 물론 앞으로 극장에서 1천원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속터지게 하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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