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눈으로 이란 현대사를 비판한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를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아무래도 이란 대통령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였을 것입니다. 대변인을 통해 “영광스런 이슬람 혁명의 성취에 대해 비사실적으로 재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날선 평가를 내렸으니 말입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최근 화제의 웹툰 <페르세폴리스2.0>을 봤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개혁파 미르호세인 무사비에게서 표도둑질을 한 6·12 선거의 부당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했으니, 아마 지금쯤 속 꽤나 끓이고 있을 게 뻔합니다.
마흐무드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린 용기백배 장본인은 정치적 이유로 이란에서 추방, 상하이에 사는 두 청년 시나와 페이만입니다. ‘불복종할 경우 유혈사태도 불사하겠다’는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총탄까지 동원해야 하는 반면, 두 젊은이가 전세계인의 호응을 얻는 데 사용한 도구는 고작 컴퓨터 하나뿐입니다. 그래픽 소설인 원작의 허가를 얻었지만, 원작과 별개로 이들은 최근 6·12 선거를 둘러싼 흥분, 거리 시위, 정세의 불안정 등을 묘사하는 웹툰을 사이트(www.spreadpersepolis.com)에 연재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시나는 “전세계 120개국의 네티즌이 사이트를 방문해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다”며 “이란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웹툰의 파급력에 대해서 전합니다. 물론, 오리지널판을 훼손시키지 말라, 질이 낮은 카피본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는 비판의 댓글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이거죠. 이란이 더이상 불확실성의 시대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한 도피처이자 작은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