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스카는 확실히 개혁과 쇄신을 주 모토로 삼나봅니다. 지난해부터 오스카 시상식 시청률 감소에서 벗어나고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더니, 이번엔 제법 기특한 일을 감행했습니다. 작품상 후보를 10편으로 늘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지요. 지금까진 몇편이었냐고요? 그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한때, 존 포드의 서부극부터 고전, 코미디까지 다종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모두 아우르던 후보작 10편의 시대도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무려 66년 전 일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흘러, 지난해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도 정작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한 <다크 나이트>의 어이없는 굴욕사건까지 벌어졌더랍니다.
그렇죠, 다섯은 분명 너무했습니다. 아무리 고심을 해 선정했다치더라도 약 300편의 후보작 중 다섯을 꼽는다면 분명 누수가 있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보수적인 오스카의 기준에 따라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다섯 채우는 건 금방이죠. 그러니 다큐멘터리나 외국어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마이너한 분야의 영화엔 이건 뭐 남의 잔치나 마찬가지 아니었겠습니까.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시드 개니스 회장은 “더 흥미로워지고 덜 폐쇄적인 시상식”으로의 변신이라는 명제로 최근 오스카가 보여주는 변화의 몸부림을 한큐에 정리합니다. 변화에 대한 팬들의 해석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후보가 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의자가 필요하고, 쇼도 더 마련해야겠지만 말입니다. 혁신적인 시도에 대한 답은 내년 3월7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밝혀집니다. 다른 건 몰라도 확인차 시상식 보려는 영화팬들만으로도 시청률 재미는 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