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한날한시에 함께 죽을 것을 맹세하고, 이 맹세를 어길 시 또 다른 죽음으로 맹세가 지켜지게 하소서.”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네명의 소녀가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땅에 떨어져 죽은 것은 언주(장경아)뿐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언주의 동생 정언(유신애)이다. 언주가 죽기 전 소이(손은서), 유진(오연서), 은영(송민정)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학교를 맴돈다. 세 소녀가 침묵을 지키며 불안에 떨던 중 언주의 유령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여고괴담5: 동반자살>은 “시리즈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확실히 다섯 번째 여고괴담 이야기는 고전적인 구전 괴담이었던 1편으로의 복귀처럼 들린다. 지난 4편이 창의적인 이야기에도 흥행에 실패했던 것을 되돌아보자면 좀더 명료하고 순수한 ‘괴담’으로 돌아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영화의 완성도다.
제작진은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 시리즈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영화는 확실히 기술적으로 거칠고 조악하다. 하지만 근사하게 돈으로 치장한 미장센은 호러영화에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여고괴담3: 여우계단>을 떠올려보라). 호러영화에서 중요한 건 예산이 아니라 장르에 대한 이해다. <여고괴담5: 동반자살>은 장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지난 시리즈를 꼼꼼히 복습한 흔적도 없다. 시나리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적 구멍으로 가득하다. 살해당한 인물들은 그냥 이야기에서 사라져버린다. 다음날이면 누구도 희생자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거나 그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듯 행동한다. 시퀀스와 공간의 설계가 엉성해서 어떨 땐 캐릭터들이 엔터프라이즈호로부터 순간이동법을 배운 건 아닌가 싶다.
<여고괴담5: 동반자살>은 시리즈 중 가장 피가 넘치는데도 가장 덜 무서운 영화다. 2편이나 4편처럼 연출자가 장르 자체를 넘어서는 뭔가를 바랐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장르적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반복되는 호러 효과는 피를 뒤집어쓴 소녀가 노려보는 것이다(이제는 닳고 닳은 10년 전 <여고괴담>의 효과들이 창조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여고괴담5: 동반자살>은 시리즈에 보내는 러브레터가 아니라 유서다. 시리즈의 유산과 가능성은 동반자살했다. 그거야말로 이 영화의 유일한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