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가 잘나간다. 야구 얘기가 아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들어 급상승세를 탄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3일 개봉한 <과속스캔들>이 해를 넘기면서 전국 826만명을 동원하더니 4월22일 개봉한 <7급 공무원>은 405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 중 흥행 1위 자리를 굳혔다. 덕분에 롯데는 5월까지 한국영화 배급사 순위에서 CJ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통계). 게다가 롯데가 배급한 외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도 415만명을 동원해 상반기 외화 흥행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이건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2004년 영화산업에 뛰어든 롯데는 수년 동안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오죽하면 롯데 직원들이 “저희의 목표는 200만입니다”라고 말하곤 했을까. 2007년 <사랑>으로 처음 200만 관객의 맛을 본 뒤에도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충무로 사람들은 그 원인을 롯데의 보수성에서 찾았다. 화려한 외양 대신 실속을 강조하는 모기업의 모토를 좇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유명 감독이나 유명 배우의 프로젝트 대신 중소규모의 프로젝트에 주로 투자했다. 때문에 <과속스캔들>이 제대로 터졌을 때 사람들은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밟은 격’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올 들어 <7급 공무원> <터미네이터…>까지 줄줄이 대박을 기록하면서 슬슬 롯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극장이나 배급계에서는 ‘롯데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다. 과연 롯데에 무슨 변화가 있는 건가.
“겸허하고 검소하게 관객에게 서비스를 다한다는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일관성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상무는 말한다. 그는 “아울러 창립 초기 영화 경력 3~4년차였던 직원들이 서서히 경력이 쌓여왔고 새로 영입한 팀장들도 유능해서 내부 역량이 안정화된 점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진훈 한국영화팀장은 “관객 중심의 마인드로 치밀하게 모니터링을 해서 이를 제작 사이드에 피드백해왔던 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한때 롯데의 상층부에서 영화 부문의 사업성 자체를 재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 이후 보수적이었던 태도가 적극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한다.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투자사 대표는 “<과속스캔들>이건 <7급 공무원>이건 롯데가 직접 개발에 관여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순히 배급만 한 것이다. 시기적인 운이 컸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는 또 “롯데가 메이저 투자·배급사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즘 시장을 고려했을 때 롯데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 좋은 영화가 몰리고 편수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중요한 건 미래다. 매사에 내실을 기한다는 전략이야 하등 문제가 없지만, 계속 소극적인 자세만 취하다 보면 롯데는 다시 200만 고지만 쳐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배포있는 투자를 해 ‘자이언트’가 돼야 좀더 높은 고지에도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아무도 롯데를 헛발질로 쥐 잡은 소와 연관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