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 이름 모를 경관 영화명: <서부전선 이상 없다>
지난 6월10일 ‘6·10 항쟁 22주년 범국민대회’에는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유인촌 OUT!”,“문화부, 너넨 안될 거야, 아마”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삽질 사업 중단”을, 교복 입은 학생과 퇴근한 직장인들은 “독재타도”라고 외쳤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들 역시 “남북대결 중단”, “국정쇄신”을 주장했다.
이거야 2008년 이후 늘 있는 일이다. 대회가 끝나고 밤 11시가 넘었을 때 급작스럽게 시민들을 치고 들어온 경찰들은 언제나처럼 방패를 휘둘렀고, ‘삼단봉’인지 ‘호신용 경봉’인지 헛갈리는 은빛 막대기로 위협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중계하던 ‘칼라TV’ 리포터를 그 ‘봉’으로 내리치는 광경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전국에 노출됐다. 어차피 경관 얼굴이야 보호구로 가려져 있으니 한대 치고 다시 동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면 그만이다. 별일 아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독일군 파울도 1차 세계대전의 치열한 참호전에 투입된 어느 날, 이상할 정도로 평화가 감돌던 순간 날아온 나비를 잡기 위해 손을 뻗다가 프랑스군한테 사살된다. 그날 전선사령부가 본국에 보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서부전선 이상없다.” 어쩌면 당신도 “6월10일, 서울시청 앞, 이 정도면 이상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