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화명: <마이클 콜린스>와 <씨 인사이드>
<씨 인사이드>의 실존 인물 라몬 삼페드로가 주장한 ‘고귀하게 죽을 권리’는 ‘고귀하게 살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원하는 삶이 강제적으로 박탈되었을 때 그는 “삶은 의무이기 이전에 권리여야 한다. 지금의 내게 삶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불과하다”라며 자발적 안락사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슬프고 억울하고 분했다.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그의 마음의 풍경이 어땠을까를 상상할수록 눈물만 터져나왔다.
구체적인 맥락은 다를지언정 이상과 현실의 타협, 더러운 권력 투쟁 끝에 암살당한 아일랜드 혁명가 마이클 콜린스의 삶은 ‘사회적 타살’을 선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연상시킨다. 영화 <마이클 콜린스>에서 콜린스는 연설 도중 영국 경찰을 가리키며 “저들이 내 입을 틀어막으면 이어 말할 사람이 누군가?”라고 묻는다. 아일랜드 군중은 열광적으로 “내가 하겠어!”라고 외친다. 그러나 콜린스가 선택했던 영국과 아일랜드의 평화 조약은 그의 죽음을 담보로 해서야 비로소 현실화됐다. 이곳에선 고인이 꿈꿨던 민주주의 실험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까. 나는 앞으로 노래 <상록수>를 결코 평온한 마음으로 듣지 못할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