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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진범을 찾는 엄마의 고독한 사투 <마더>
주성철 2009-05-27

synopsis 읍내 약재상을 꾸리고 있는 엄마(김혜자)에게 하나뿐인 아들 도준(원빈)은 세상의 전부다.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 못하는 ‘모자란’ 아들 도준은 수시로 사고를 치며 엄마 속을 태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의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도준이 가지고 있던 골프공이 증거로 채택된 것. 경찰은 도준이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는다. 변호사는 돈만 밝히고 경찰은 도무지 얘기를 듣지 않으니, 엄마는 혼자 힘으로라도 사건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더>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든 생각. <말아톤>의 초원이가 살인사건에 휘말렸다면? 혹은 <밀양>의 마더 신애가 진범을 찾아나서기로 했다면?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마더>는 얼핏 <살인의 추억> 속편 혹은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만 연발하던 백광호의 에피소드만 빼온 스핀오프처럼 느껴지는 ‘애타게 진범을 찾아서’ 스토리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경찰은 역시 무능하며 엄마가 기댈 곳은 오직 자신뿐이다. 그렇게 ‘뜨거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얘기처럼 <마더>의 김혜자는 지금껏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입의 강도가 큰 인물이다. 그의 영화에서 이처럼 개인 클로즈업이 많은 영화가 있었던가.

하지만 세상의 벽은 <살인의 추억>의 우스꽝스러운 경찰이나 <괴물>의 무능한 관료들 그 이상으로 두텁다. 은근히 비아냥대는 것 같은 그들 묘사의 강도는 단순한 유머 이상으로 세다. <살인의 추억>의 김뢰하의 또 다른 버전처럼 보이는 순박한 막내 형사는 강압수사가 체화돼 있고, 만사태평인 강력계 반장은 “살인사건이 얼마 만이냐?”며 별 게 다 궁금하고, 잘나간다는 변호사는 애써 사건을 피해가며 룸살롱에서 여자를 낀 채 거들먹댄다. 그래서인지 마더 김혜자를 둘러싼 환경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의외로 <살인의 추억>과 <괴물> 모두에서 1.85:1 화면으로 갔던 그에게 <마더>는 그의 첫 번째 2.35:1 비율 영화다. 그것은 철저히 ‘마더의 고독한 사투’를 다루기 위한 방편이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도 끼어 있는 아들의 현장 재연을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기어이 사망자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멸시를 당하며, 증거를 찾았다며 경찰서를 홀로 찾아가는 그 힘든 고독의 순간을 고통스럽고 뜨겁게 바라본다. 정서는 뜨겁지만 마치 다르덴 형제가 <살인의 추억>을 리메이크한 것 같은 서늘한 감각으로 <마더>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아마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그렇게 봉준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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