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식 유머 지수 ★★★★ 독서에의 유혹 지수 ★★★
“어째서 내게 <미스틱 리버>가 <무죄추정>과 <레드 드래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을까?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거다. 지난 3주 동안, 다섯명가량의 사람들이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이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말해주었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책을 제일 먼저 읽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 옛날 <무죄추정>을 읽다가 그랬듯이, <아름다움의 선>을 읽다가 가로등에 부딪힐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어판 제목에 붙은 ‘런던스타일 책읽기’라는 말과 별 상관없는 책. 읽는 내내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다. 문화적으로 예민하지만 전반적으로 찌질하게 살아가는 닉 혼비 소설의 남자 주인공 내레이션 같은 이 책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책은 <빌리버>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책 관련 칼럼을 묶은 것인데, 이런 책이 대개 그렇듯 폭넓은 독서를 (은근히) 자랑하며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글 서두에 인용했다시피 <미스틱 리버> <무죄추정> <레드 드래곤> 같은, 일반적인 독서일기 형식의 책에서 다루지 않는 책에 열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닉 혼비는 “대부분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은 자신의 삶이나 일과 무관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자신이 읽지도 않을 책을 끊임없이 사는 평범한 독자 중 한 사람임을 고백한다. “으, 나는 아마존 독자 리뷰가 싫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이들조차도 싫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밉상이다” 같은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가끔은 책 봐야 했을 시간에 축구 봤다며 프리미어 리그 얘기를 늘어놓기도 한다(하긴, 그래야 닉 혼비지!). 색다른 매력이 있긴 하지만 논픽션을 즐겨 읽는 사람, 고전소설(특히 디킨스를 중심으로 한 영국 작가들)을 꽤 읽은 사람이어야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책에 대한 닉 혼비의 농담이 매력적이긴 해도, 그의 소설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닉 혼비가 언급한 책 중 한국에 출간된 책의 한국판 제목과 출판사, 출간연도를 꼼꼼하게 적어주어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