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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과 론 하워드, 톰 행크스의 두 번째 합작 영화<천사와 악마>
김용언 2009-05-13

synopsis 빅뱅 실험 도중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동료 실바노는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에 성공하지만 실바노가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반물질이 사라져버린다. 게다가 바티칸에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 4명이 납치된다. 500년 전 과학자들의 비밀 결사대였던 ‘일루미나티’가 교황 후보들을 한 시간에 한명씩 살해한 다음 마지막에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킬 것이라며 위협한다.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급파되고, 궁무처장 패트릭(이완 맥그리거)이 그를 돕는다.

사실 팩션물에 대해서는 도끼눈을 부라리게 된다. 이 부분의 역사적 어긋남과 저 부분의 가설은 어떻게 설명한 건데? <다빈치 코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다름 아닌 루브르 박물관의 홍보 찬가로 끝내버린 최후의 ‘반전’이었다. 이건 팩션의 주된 즐거움인 지적 호기심까지 박탈해버린 우기기에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댄 브라운과 론 하워드, 톰 행크스의 두 번째 합작 <천사와 악마>는 어떨까.

미리 말해두자면 소설 속 연이은 반전이 전부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살아남은’ 반전의 일부를 콤팩트하고 흡인력있게 표현하기 위한 시각효과의 노력은 배가됐다. 교황 후보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이자 일루미나티의 비밀 통로 ‘계몽의 길’을 찾는 일이, 베르니니의 유명한 조각상 <하박국과 천사>라든가 <성 테레사의 법열>을 이용하여 혹은 ‘미키 마우스 시계’ 덕분에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것 정도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일단 그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스크린 가득히 접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있으니 말이다). 단 1, 2분 동안 헬리콥터로 수백 혹은 수천 킬로미터를 내처 올라가는 의아한 클라이맥스도 그닥 문제될 건 없다(하지만 그 문제의 폭파장면은 정작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빅뱅 실험을 보여주는 초반부 압도적인 파워에 못 미친다). 18세기 후반에 창설된 모임 일루미나티에 어떻게 17세기 인물 갈릴레오가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도, 핏대를 세우며 따지기 전에 너무 간단하게 해결되기 때문에 멋쩍을 정도다(‘17세기에는 온건한 모임이었기 때문’에 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넘어가버린다). 그러니까 <천사와 악마>는 흥미진진한 전제로 출발하다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어물쩍 봉합해버린다는 동일한 약점을 고스란히 내비치지만, <다빈치 코드>보다는 속도감도 있고 500년을 넘나드는 장중한 비주얼도 강화됐으며 로마 관광 유적지를 보여주는 가이드 역할 역시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모든 상황에 지나치게 성실하게 임하는 톰 행크스와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가 때때로 부담스럽긴 하다. 그래도 전편의 ‘아멜리에’ 오드리 토투가 그토록 신성한 몸이었다는 결말에서 실소를 자아냈던 것보다는 <천사와 악마>의 여주인공인 이스라엘 배우 아예렛 주어는 훨씬 설득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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