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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몬트리올] 혼자이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시네마 뒤팍에서 제임스 그레이의 <투 러버스>(Two Lovers)가 상영 중이다. 제목만 봐서는 그저 그런 로맨틱코미디인가 싶지만 실은 가족의 의미, 사랑에 대한 진부하지만 늘 궁금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투 러버스>가 상영 중인 극장은 일요일 오후라 의외로 나이든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헝가리 출신이라 밝힌 이름 모를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는 것도, 사진을 찍히는 것도 모두 거부했다. 그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한국 영화잡지에 쓰일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국? 정확하게 1994년에 갔었어요. 남편이 무역업을 했었는데 사업차 서울에 4일 동안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그림을 하나 주고 사인도 해줬는데 한국말이라 뭐라고 썼는지 몰랐어요. 한번 보여줄까요? 당신이라면 뭐라고 쓰였는지 알 테니까. 호호호.

-아… 그럴까요? (웃음) 그런데 영화는 재미있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진짜 별로였어요. 기네스 팰트로의 팬인데….

-저도요! =그래요? 전적으로 그녀 때문에 영화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영 실망이에요.

-아니 왜요? 저는 너무 좋았는데…. =완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잖아요!

-그럼 와킨 피닉스는 어땠나요? 그 배우 좋아하세요? =난 그 사람 별로예요. 연기도 예측 가능한 그대로고. 그리고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어요. 기네스 팰트로는 그 남자를 이용한 것밖에 안되잖아요! 아무튼 맘에 안 들어요. 옆에서 상영 중인 <솔로이스트>가 백배 낫던데요? 너무 좋았어요. 꼭 보세요! 제이미 폭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저도 꼭 보고 싶은 영화예요. 그런데 <투 러버스>가 예측 가능해서 재미없다고 하셨는데 혹시 시놉시스를 읽고 온 건 아니죠? =아니 모르고 왔어요. 기네스 팰트로 보러 왔다니까! 신문에 난 평도 괜찮고 해서 보러왔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보통 신문에 나온 별점으로 영화를 고르나요? =맞아요. 주말에 <가제트>(Gazette, 몬트리올에서 나오는 영어 일간지)에 나오는 별점이 제가 영화 고르는 기준이에요. 이 영화는 세개 반인가. 그렇게 많은 별점을 받고도 실망스러운 영화는 처음이에요.

-그런데 혹시 한국영화도 즐겨보시나요? 시네마 뒤팍에서는 한국영화를 종종 상영하는데요. (할머니는 영화관의 한달 정기 이용권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어는 저의 4번째 언어예요. 그런데 여기서 상영되는 외국영화들은 대부분 자막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더군요. 정기권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데, 프랑스어 자막 때문에 아예 볼 수가 없었어요. 영어 자막으로 상영된다면야 한국영화도 안 볼 이유가 없죠!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사양할게요.

-그럼 뒷모습이라도요. 꼭 필요합니다. =지난해 남편이 저세상으로 갔어요. 제 딸도 여기 없고 오직 나 혼자예요. 제 자신을 혼자서 지켜내야 해요. 내 사진과 이름이 떠돌아다니는 게 싫을 뿐이니까 이해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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