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장지영(김선영)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호르몬 이상으로 점점 여성이 되어가는” 남자(?)다. 코리안 드림을 품은 필리핀 여성 레인(은하)은 마흔 넘은 장지영을 만나 한국에 온다. 얼마 뒤 레인은 장지영이 여자의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난다. 한편, 필리핀에서 입양되어 한국에서 자란 로이탄(정두언)은 자신의 양부를 찾기 위해 떠돌다 레인을 만나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로이탄과 레인은 양부를 찾아내지만, 그는 이제 거기 없다.
노경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지막 밥상>은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이민가고 싶어 하는 이들을 담았다. 그의 두 번째 장편 <허수아비들의 땅> 또한 뿌리내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낮은 탄식을 들려준다. “마을 땅속에서 이상하게 냄새가 나. 아주 역겹고 더러워.” 외톨이 로이탄에게 한 노인이 저주를 게워낸다. 노인의 경고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되어버린 불구의 땅이 뿜어내는 악취는 인간의 몸에 스며든 지 오래다. 장지영은 끝내 여자로 살아가길 택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다. 레인은 코리안 드림을 펼쳐보지도 못한다. 로이탄은 한국인 양부의 주소를 찾아내지만, 그곳에 아버지는 없다. 세 사람의 욕망과 의지는 한낱 허상이다. <허수아비들의 땅>의 인물들은 삶의 반전을 갈구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미약하다.
“이 영화는 ‘오염’에 대한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적인 사진첩과 같은 영상시이다. 물질적인 오염, 정신적인 오염 등 우리 현대인의 삶은 오염된 대지 위에서 자기가 버린 오염물에 의해 병들어가고 있다. 특정한 가해자도 없고 특정한 피해자도 없다. 우리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다.” <허수아비들의 땅>에서 모든 뿌리는 부정된다. 성이 부정되고, 가족이 부정되고, 국가가 부정된다. 노경태 감독은 모든 뿌리가 이미 썩어버렸다고 말한다. “원숭이 몸에 사람 피가 흐르고 사람 몸에 원숭이 피가 흐르는” 정신없는 세상. 뿌리내리지 않는 ‘이방인’으로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비관적인 결론을 영화는 담담하게 내놓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 베를린국제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개봉한다.